AI규제 외치던 유럽의 후회…마크롱 "우린 단순 소비자 전락" [팩플]

제3차 인공지능(AI) 국제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국영 방송국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3차 인공지능(AI) 국제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9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국영 방송국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규제에 앞장섰던 유럽연합(EU)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비 AI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프랑스는  AI 분야에 1090억 유로(약 163조원) 민간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규모 AI 진흥책을 내놨다.

무슨 일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유럽은 AI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고 말했다. 10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3차 인공지능(AI) 국제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기술 발전 방향성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단순한 AI 소비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 중국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AI 아젠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F1 방송사와 인터뷰에선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미국·캐나다 투자펀드,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향후 몇 년간 1090억 유로 투자를 받을 것”이라며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상응하는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픈AI,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4년간 AI에 5000억 달러(약 729조원)를 투자할 것이라 발표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마크롱 “미친 규제 없애야 한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투자 계획 공개는 자국 AI 산업을 발전 시킬 기회가 있는데 EU 규제에 더이상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U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AI 법(ACT)을 도입할 정도로 AI 진흥보다 규제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미스트랄 AI’(기업가치 약 58억 유로)를 보유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역내 국가별 이해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AI 개발부터 활용까지 촘촘하게 규제하려는 EU 집행부와 달리, 프랑스는 과도한 규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다. 미스트랄 AI는 지난 6일 챗봇 ‘르 샤’(Le Chat)의 모바일용 앱을 공개했다. 현재 나와있는 다른 추론 모델 기반 AI 서비스보다 빠르다는게 미스트랄 AI 주장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영국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처음으로 5위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다음 달까지 AI 스타트업 규제에 대한 개혁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며 “미친 규제(crazy regulations)를 없애야한다”고 말했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스트랄 AI는 지난 6일 챗봇 ‘르 샤’를 공개했다. 추론 엔진을 기반으로 한 르 샤는 ‘플래시 답변’ 기능을 통해 초당 1000 단어까지 응답이 가능하다. AFP=연합뉴스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스트랄 AI는 지난 6일 챗봇 ‘르 샤’를 공개했다. 추론 엔진을 기반으로 한 르 샤는 ‘플래시 답변’ 기능을 통해 초당 1000 단어까지 응답이 가능하다. AFP=연합뉴스

 
EU는 대규모 투자로 AI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가성비를 내세운 딥시크 등 독자적 길을 개척하는 중국과 달리 AI 규제에 치중해왔다. 이 때문에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보전으로 흐르고 있는 AI 패권 경쟁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유럽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서 “EU가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AI를 포함한 디지털 혁신에 연간 7500억~8000억 유로 (약 1100조원)를 투입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기고문에서 “남들은 앞으로 전진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결정(AI 규제)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어때

한국에서도 지난해 말 AI 기본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이는 진흥에 초점을 맞춘 법으로 유럽의 AI 법과는 차이가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AI가 가져올 수 있는 혜택과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EU는 ‘고위험’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사용해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적 위험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려고 한다는 평가가 있다”며 “반면 국내 법에 있는 ‘고영향’ AI는 AI의 실질적인 영향에 따라 진흥과 규제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AI기업들 사이에선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규제 진영이었던 프랑스까지 대규모 AI 투자에 나선 만큼 우리도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는 지난 6일 열린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회의’에서 “올해 중 우리나라에서 딥시크 같은 AI를 10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3년 정도는 데이터를 (먼저) 쓰고, 저작권 대가는 나중에 지급하도록 파격적으로 (데이터 활용 방안을)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팩플 : 딥시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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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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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