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사회·잘사니즘 같이 외쳤다…이재명의 대선 띄우기 [view]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의 열망을 눌러담은 45분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 바로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장에 방점을 뒀던 ‘먹사니즘’에서 멈추지 않고, 복지와 분배까지 이루겠다는 게 이 대표가 이날 밝힌 ‘잘사니즘’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성장’을 29번, ‘경제’를 15번 언급하며 ‘실용주의 성장론’을 강조했다. “희망을 만들고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며 알파벳 머릿글자(A~F)를 딴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 콘텐츠(Contents & Culture), 방위산업(Defense), 에너지(Energy), 제조업(Factory) 등 6대 산업 육성안을 제시했다. 또한 “탈이념·탈진영 실용정치”를 강조하며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했다.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라는 대북 정책 방향성도 짚었다.

이 대표는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신년 기자회견의 키워드를 반복했다. 하지만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자신의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를 다시 앞세웠다. 주 52시간제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노동시간을 크게 넘어선다며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기 전 여당 의원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기 전 여당 의원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뉴스1

 
그러면서 이 대표는 “성장과 분배는 상호 모순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라고 강조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편의상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한 성장론을 단편적으로 부각해 제시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연설에서 공정하게 기회가 돌아가고, 노력한 만큼의 몫이 보장되는 기본사회 구현을 위한 성장 청사진을 종합해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의 조기 대선 출정 선언이었던 이날 연설에서 이 대표가 노동 친화적 태도로 성장과 분배의 공존을 주장한 건 중도 확장과 지지층 결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재묵 한국외대(정치학) 교수는 “최근 한달간 시장 친화적, 실용적인 중도 확장 발언에 집중했던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주 4일제 등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의제를 다시 꺼낸 건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산토끼와 집토끼를 둘 다 신경쓰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도 “이 대표가 외연을 넓히기 위한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선거를 의식해 논란성 포퓰리즘 공약을 다시 구체화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향후 정국 대응과 관련해서도 “헌정 파괴 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는 예고와 “정치의 사명인 국민 통합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 연설문에 모두 담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극우 세력과는 선을 명확히 긋되 보수와 중도, 특히 야권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어가겠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도록 해보겠다”는 제안도 했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임기 중 국민투표로 파면하는 제도다. 계엄 정국에서 각종 탄핵안과 내란특검법안 등이 국민의힘의 반대로 부결되자 이 대표 지지층 사이에서는 “국민소환제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내쫓자”는 주장이 나왔었다. 결국 지지층을 의식해 “국민 중심 직접민주주의” 실천안을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개헌을 통한 국민소환제 도입 의사를 밝혔던 2022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와 달리, 이번에는 법률 제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민주당 대표실이 “국민소환제는 국민 주권 실현 정치 차원의 개혁안”이라며 “현재 국회에 관련된 법률이 발의된 상태라 국회에서 논의 할 것”이라는 설명문을 배포한 까닭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최민희·박주민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이 계엄 이후 발의한 국민소환제 도입 법률안이 4건 계류돼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본인이 국민소환제 1호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연설 직후 “기본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10일)은 말의 성찬에서 끝났다”고 지적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국민소환제가 실제로 입법되면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대중의 과도한 직접 행동을 조장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대의제와 숙의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를 만들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잘사니즘 청사진에도 “뻥사니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주길 바란다”(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고 반응했다. 박동원 대표는 “이 대표가 ‘또 말 바꾼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민생 공약을 우선순위에 두고, 추가경정예산과 연금개혁 등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앞두고 박찬대 원내대표 등 동료의원들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앞두고 박찬대 원내대표 등 동료의원들과 대화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