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가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섯 살 아들 엑스를 앞에 둔 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머스크 옆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 정부 구조조정의 메스를 대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자신과 DOGE를 향한 세간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렇게 비유하며 불만 섞인 감정을 토로했다.
이날 백악관에 깜짝 등장한 머스크는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바로 옆에서 약 30분간 언론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머스크가 지난해 11ㆍ5 대선 이후 언론과 대면하고 여러 질문에 직접 해명을 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다섯 살 아들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X Æ A-Xii)’를 목말 태운 채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에 나타난 머스크는 월권 및 이해충돌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머스크는 “국민은 대대적인 정부 개혁을 위해 투표했고, 그것이 바로 국민들이 얻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이날 연방정부 관료사회를 비판하는 데 발언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는 (입법부ㆍ행정부ㆍ사법부 외에) 선출되지 않은 제4부인 관료주의를 갖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연방 정부 관료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DOGE가 조직 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두고는 “전반적인 가성비가 어떤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며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섯 살 아들 엑스를 목말 태운 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던 일론 머스크 쪽을 쳐다 보며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지출 삭감 필수”에 트럼프 맞장구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머스크가 등장한 것은 그가 정부 내부의 불량 운영자가 아니라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CNN에 말했다. CNN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친밀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 정부 기관에 물러나는 직원과 새로 채용하는 직원의 비율을 4대1로 맞추고 DOGE와 협력해 정부 공무원 수를 대폭 감축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부 각 기관장은 기관별로 배치된 DOGE 팀 대표와 채용 계획을 협의해야 한다.
“머스크 비즈니스 제국, 새 정부서 수혜”
하지만 DOGE에 주어진 구조조정의 메스 덕분에 머스크가 거느린 회사들이 상당 부분 수혜를 챙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머스크의 방대한 비즈니스 제국은 이미 이익을 얻고 있거나, 이익을 볼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NYT는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회사 6곳에 대해 32건 이상의 조사를 진행 중이던 최소 11곳 이상의 정부 기관이 트럼프 2기의 연방 정부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