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고 선박 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샘 탕그레디 미국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은 13일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은 독자적으로 핵잠수함을 건조할 능력이 없다"며 "핵잠수함을 만들려면 핵 추진에 필요한 재료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상당한 공급망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의 심장인 '원자로'에 대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조차도 잠수함에 맞는 원자로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중국도 이를 배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미 해군의 차세대 전략핵잠수함(SSBN)인 콜롬비아호를 예로 들면서 "우리는 이미 핵잠수함을 건조한 경험이 있지만, 콜롬비아호를 건조하는 데는 계획대로라면 8~9년이 걸릴 것"이라며 "북한은 그런 경험과 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잠수함 원자로 개발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며 러시아의 도움 없이는 원자로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이 소위 '진짜 핵잠'의 위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원자로 외에도 적의 탐지를 피하기 위한 소음 저감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같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이 2019년 10월 바지선을 활용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잠수함은 깊이 잠항하기 때문에 높은 수압에 견딜 수 있는 몸통이 필요한데, 이러한 고도의 기술을 북한이 갑자기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잠수함에 탑재할 정도로 안전하고 소음도 크지 않은 소형 원자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는지도 확인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핵추진 잠수함의 경우 심해의 압력을 장시간 버틸 수 있는 특수강 기술이 핵심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관련 기술 도입에 번번이 실패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HY-100같은 핵잠용 특수강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면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관련 기술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전략핵잠수함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로부터 원자로부터 특수강까지 아예 원물이나 관련 기술을 통째로 지원받지 않으면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이런 핵심 기술을 북한에 넘기는 순간 러시아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용납하기 어려운 불법 핵확산 행위를 저질렀다는 '스모킹 건'을 남기는 게 될 수 있다. 러시아도 이런 고도의 기술 이전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에 북한의 칼끝이 언제 러시아로 향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마키노 기자는 "러시아는 자신들이 방어할 자신이 없는 공격 무기를 해외에 수출한 적이 없다"며 "(북·러 관계 악화 시)북한이 러시아에 핵 공격을 할 가능성이 절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북한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