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역 역주행 참사'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씨가 지난해 7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부장판사는 이 사고가 “급발진 사고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징후들이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밟는 등 페달을 정확히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일어났다고 봄이 상당하다. 차량 오작동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가해차량 EDR, 블랙박스 영상을 본 결과 가해차량 제동장치에 기계적 결함이 없었고, 차씨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반복해 밟았다가 떼며 주행하다 사고를 냈다고 판단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결과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과수는 가해 차량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 등을 정밀 감식·감정한 결과 이 사건이 운전자 과실로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차량 데이터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제동페달) 작동 기록이 없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 한 기록이 반복된 점, 차씨의 오른쪽 신발 바닥의 패턴 흔적이 가속 페달과 일치하는 점, 주차장 출구 방향 진행 중 ‘일단정지’ 표시에도 가속한 점 등을 확인한 결과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 과실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거나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이날 선고에 앞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께 너무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차씨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제네시스 G80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결심공판에서 차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현행법엔 다수의 생명침해 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조항이 없다. 이번 사고에서 가해자의 법정형은 금고 5년(경합범 가중 시 7년 6개월)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다중 인명 피해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도입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측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금고형이) 피해자 유족에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판사님이 법정 최고형에 비슷한 수준의 형을 선고한 건 이 사안의 중대성을 잘 이해하고 있고 피고인 과실도 잘 고려하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