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개헌 금언령?…강성 지지층 눈치, 尹탄핵 싸움 갇힌 與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헌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 강성 지지층의 성토를 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12일 서울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12일 서울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단체인 자유대한호국단 등은 1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권 위원장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일대에서 1.6㎞ 가두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권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당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등 개헌에 앞장서고 있다는 이유다. 이들은 “권 위원장이 대통령 불법 탄핵을 눈감고 권력 나눠 먹기를 위해 개헌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중진 만찬에서 “국회의 탄핵 등 월권행위에 대해선 우리 헌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헌법을 한 번 더 고치는 것을 고민함으로써 우리 정치 체제가 더 안정되고 대통령들이 불행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개헌 필요성을 자주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수 지지층의 반발이 커지면서 당 지도부의 개헌 추진 목소리도 주춤한 상태다. 당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개헌은 당장 국민 손에 잡히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면엔 ‘조기 대선’은 물론이고 개헌마저 탄핵 인용을 전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부 지지층의 불만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당에서도 “(거야 독주를 막기 위해선) 개헌보단 국회 정상화가 먼저”(나경원 의원)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 만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하는 ‘조기 대선’ 관련 언급도 금기(禁忌)에 가깝다. 스타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8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서 조기 대선에 대해 “부모가 멀쩡하게 살아 계시는데 제사상 준비하는 XX자식과 뭐가 다르냐”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당 지도부의 발언도 ‘반(反) 이재명’ 공세 또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헌법재판소가 문형배 소장 대행을 중심으로 법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중요한 탄핵 심판 일정을 뒤죽박죽 엉터리로 만들어놨다”며 “졸속 진행에 따른 후폭풍을 헌재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언론이 ‘여당, 사실상 조기 대선 공약 마련’이란 보도를 내보내자 국민의힘 정책국은 입장문을 내고 “정책개발을 위한 당 실무회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우선순위 정책 선정은 진행된 바 없고, 당 지도부와 일절 논의된 바도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다만 당에선 지도부가 계속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바라지는 않지만, 만약 인용된다면 당장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며 “누군가는 만약을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우리 지지층이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