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반탄집회’ 놓고 치고받은 여야…집회 허용도 내로남불?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뉴스1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이 15일 광주에서 ‘반탄(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기독교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8일 대구에서 경찰 추산 5만2000명(주최 측 추산 30만명)이 운집한 ‘반탄 집회’를 개최하는 등 최근 반탄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다. 우파 유튜버 안정권씨 역시 이날 이곳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 방송을 해오던 인물이다.

하지만 강기정 광주시장은 금남로의 5·18 민주광장에서 추진되는 탄핵 반대 집회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이다. 5·18 민주광장은 19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선 5·18 사적지로 광주시민에 역사적 상징성이 큰 곳이다. 강 시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5·18 민주광장은 사적지로 상징성과 역사성에 맞게 보존·관리해야 한다”며 “내란에 동조하고 선전·선동을 일삼는 반헌법·반민주주의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지난 6일에도 페이스북에 “5·18 민주광장에 극우를 위한 공간은 없다”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의원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박지원 의원은 10일 “신성한 곳에서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집회를 허락했다가 광주 시민들과 불상사가 날 수도 있으면 허락하지 않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전한길 씨인지 김한길 씨인지는 모르지만 거기가 어디라고 와서 (집회를) 하겠다는 거냐”고 말했다. 박균택(광주 광산갑)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강 시장님, 집회의 자유를 부정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어울리는 적합한 장소를 안내해 주시면 어떨까”라며 광주의 한 쓰레기장이 위치한 주소를 공유했다.

지난달 24일 강기정 광주시장이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4 정책주제별 업무보고회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지난달 24일 강기정 광주시장이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4 정책주제별 업무보고회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그러자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면 무조건 극우고 광주시민도 아니란 말인가”라며 “5·18 광장은 특정 정치 세력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 모두의 공간”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와 다른 의견을 배척하고 표현의 자유조차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독재”라며 “5·18 민주광장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준우 대변인도 12일 논평에서 박균택 의원을 향해 “평범한 국민을 극우·쓰레기라고 모독하고 폄훼하는 망언”이라며 “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집회 허용 논란을 놓고 여야가 뒤바뀌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동안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로 집회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곤 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3년 성소수자단체가 대구시에서 개최를 예고한 퀴어문화축제를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그러자 해당 단체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해 1심에서 주최 측에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퀴어축제를 위해 서울광장을 사용하는 걸 불허했다. 2023년에는 “잔디 관리”를 이유로 민주노총의 서울광장 총파업 집회를 불허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그간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위헌”이라는 주장을 견지해왔다. 지난달 구미시가 ‘정치 선동 우려’를 들며 가수 이승환의 경북 구미 콘서트 대관을 취소하자 야당 소속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문체위를 소집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김흥국 정도는 돼야 콘서트를 자유롭게 열 수 있느냐”(1월 10일 임오경 의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경찰 진압을 문제 삼으며 예산 삭감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경찰이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정당한 주권 행사를 무력으로 억압하는 행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권력의 몽둥이가 돼 민중을 향해 휘둘리는 행태를 뜯어고치겠다”고 했다. 

탄핵 반대 집회 주최 측은 광장 대신 광장 인근 도로에서 집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집회 참석을 고심 중이다. 전북도당위원장인 조배숙 의원은 통화에서 “광주 집회에는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광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당원들까지 당원만 3000명 이상 모일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집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집회에서 센 발언으로 존재감을 알리려는 의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