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절. 바이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3/7f093b0b-da14-41db-9236-8167c89b6e84.jpg)
중국 춘절. 바이두
옛날 우리 속담에 처갓집 세배는 입춘 미나리 먹으러 간다고 했다. 얼핏 설날 지난 지가 언제인데 뭉그적거리다 겨우 입춘에 그것도 미나리 먹겠다고 세배를 오나 싶어 괘씸할 것 같지만 실은 그런 게 아니다.
옛날 기준으로는 설날도 새해로 새봄의 시작이고 입춘도 새봄이니 새해의 출발이다.
그렇기에 설날에는 본가, 입춘에는 처가에 세배를 가는 것이고 게다가 설날과 입춘은 대부분 날짜도 가깝다. 2025년의 경우 설날은 1월 29일, 입춘은 2월 3일로 6일 차이다. 가마를 타거나 걸어 다녔던 옛날 교통 사정을 감안하면 세배가 늦었다고 사위 탓할 것도 아니다.
입춘에 먹는 미나리에도 나름 깊은 뜻이 있다. 사위가 오면 장모님이 미나리강회를 비롯해 갖가지 미나리 음식을 차렸다.
옛날에는 입춘 미나리를 최고로 꼽았다. 입춘을 봄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날씨가 풀리기 전으로 이런 엄동설한에 얼음을 깨고 캐낸 미나리야말로 식욕을 돋우고 봄기운, 바꿔 말해 양기를 불어넣는 최고의 음식으로 여겼다.
![미나리. 청원생명쇼핑몰](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3/b33c565e-ab42-4068-a40b-4eca9de161bb.jpg)
미나리. 청원생명쇼핑몰
입춘에 세배 온 사위한테 장모님이 왜 특히 미나리 음식을 차려줬는지 그 속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서는 새해를 맞아 사위가 언제 세배(拜年)를 왔으며 처갓집에서는 어떤 음식을 대접했을까?
입춘 세배 간다는 우리 속담과 달리 중국에는 사위가 언제쯤 처가에 세배를 가는지 정해진 풍속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춘절이 지난 후 적당한 날짜에 인사를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예전 중국에는 흥미로운 풍속이 있었다. 이른바 사윗날(子婿日)이다.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 된 풍속일뿐더러 청나라 후반 북경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연경세시기』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만큼 널리 퍼지기는 했어도 모든 사람이 지켰을 정도로 확실하게 굳어진 민속은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중국 사윗날은 춘절이 지난 후 약 열흘이 지난 음력 정월 11일이다. 이날이 되면 장인 장모가 결혼한 딸과 사위 부부를 초대해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함께 먹으며 새해를 축하했다.
여러 음식을 장만했다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사위를 위해 준비한 음식은 따로 없었다. 다만 중국어로 허즈(合子), 또는 춘병(春餠)이라고 하는 음식만이 사위를 위해 별도로 만드는 음식이라고 한다.
![허즈(合子). 바이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3/fcebe245-fe8a-4cff-91ce-488e86ee4f7f.jpg)
허즈(合子). 바이두
하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정월 11일의 사윗날 먹을 음식은 대부분 정월 9일에 마련한다. 실질적으로는 사윗날 먹을 음식이지만 형식상으로는 사위를 위해 준비한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 특이하다.
예전 중국에서 정월 9일은 하늘을 다스리는 임금(天公)인 옥황상제를 위한 날이었다.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이 옥황상제의 생일이기 때문에 많은 음식, 특히 풍요와 축복을 비는 요리를 장만해 소원을 빌며 먹었다고 한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일년내내 풍요롭게 해달라는 의미를 지닌 생선요리, 큰 복과 이익을 불러온다는 닭고기 요리 등이다.
![옥황상제. 바이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3/35a99e28-6864-45d0-862a-4e9fc59765e7.jpg)
옥황상제. 바이두
사위를 위해 특별히 장만한다는 구운 야채 호떡 같은 허즈 혹은 춘병에도 의미가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소는 주로 부추와 계란이다. 부추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무성하게 자라는 만큼 예로부터 양기를 일으키는 채소라고 해서 기양초(起陽草)라고 불렀다. 계란 역시 양기가 넘치는 새(陽鳥)인 닭의 알인 만큼 양기 덩어리라고 보았으니 새해를 맞아 사위에게 특별히 양기 넘치는 음식을 먹인다는 의미다.
덧붙여 허즈(合子)의 합(合)은 화목할 화(和)와 중국어로 발음이 같으니 딸과 사위에게 양기 넘치는 음식 먹고 자손 많이 낳아 화목하게 살라는 의미가 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딸 시집보낸 친정 부모의 마음이 모두 비슷하다.
![윤덕노 음식문화저술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13/4259badf-a4a0-453c-bfcc-cb422256443c.jpg)
윤덕노 음식문화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