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람보르기니男도 고객…'생일∙출소 기념 마약' 쏜 의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의원에서 압수한 의료용 마약들. 해당 의원은 전 프로야구선수 오재원씨 등 100여명에게 불법으로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의원에서 압수한 의료용 마약들. 해당 의원은 전 프로야구선수 오재원씨 등 100여명에게 불법으로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서울경찰청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씨 등 100여명에게 의료용 마약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는 의사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60대 남성 의사 A씨(구속)와 그의 병원 관계자 등 총 15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오씨를 비롯한 투약자 100명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피부 시설 등을 하는 의원에서 내원자들에게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 등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사용하거나 또는 마약류로 분류돼 있지 않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함께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 등이 효능 및 사용법이 비슷한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돼 있지 않은 점을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섞어 투약하는 방식으로, 프로포폴 투약 기록을 줄여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리기관의 의심을 피해가려 했다고 봤다.

A씨 등은 1회 투약마다 약 20~30만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의원에서 1만7216회의 마약류 불법 투약이 이뤄졌고, A씨 등이 약 41억4051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또 투약자들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사용을 보고하지 않겠다’며 회당 10만원의 추가 비용을 받았다고 한다.

의료용 마약류로 구분돼 있지 않은 에토미데이트(왼쪽)의 모습. 수면용으로 널리 쓰이는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가운데)과 의료용 마약류 레미마졸람(오른쪽)이다. 사진 서울경찰청

의료용 마약류로 구분돼 있지 않은 에토미데이트(왼쪽)의 모습. 수면용으로 널리 쓰이는 의료용 마약류 프로포폴(가운데)과 의료용 마약류 레미마졸람(오른쪽)이다. 사진 서울경찰청

 
투약자들은 수면 및 환각 등의 목적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적게는 6차례에서 많게는 887차례까지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약자는 총 105명으로 파악됐는데, 이 중 4명은 숨졌고, 1명은 이미 관련 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일명 ‘람보르기니남’ B씨라고 한다. B씨는 지난 2023년 9월 1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람보르기니 차를 주차하던 중 주변 상인들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24㎝ 길이의 흉기로 협박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았다.


A씨 등은 투약자들에게 생일 또는 출소 기념 등의 서비스 투약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불법 투약자들을 관리해온 사실도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검거된 100명 중 83명은 나잇대가 20~30대로, 하루 최대 28회 연속 마약류를 투약한 이도 있었다. 불법 투약자만을 대상으로 주말 영업을 하기도 했다.

A씨 스스로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기도 했다. 그는 2023년 1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수면 목적으로 수면마취제를 스스로 또는 간호조무사를 통해서 16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 소유 현금 8304만 원을 압수하고, 부동산 등 재산 33억 2314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범죄수익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또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A씨 등의 탈세 혐의를 관할 세무소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투약은 물론 용법, 용량에 따라 사용해도 쉽게 중독될 수 있어 꼭 필요한 상황 외엔 피해야 한다”며 “식약처는 에토미데이트에 대해 지난해 12월 마약류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생일용 서비스', '출소 기념'이라고 적힌 해당 병원의 장부. 해당 병원은 불법 투약자(중독자)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서울경찰청

'생일용 서비스', '출소 기념'이라고 적힌 해당 병원의 장부. 해당 병원은 불법 투약자(중독자)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서울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