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앱엔 하늘이 위치 학교"…경찰은 100m 밖 아파트 뒤졌다, 왜

12일 고 김하늘양의 분향소가 마련된 김양의 학교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헌화에 앞서 정문 앞에 놓여진 추모 화환 등을 바라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12일 고 김하늘양의 분향소가 마련된 김양의 학교를 찾은 학생과 학부모가 헌화에 앞서 정문 앞에 놓여진 추모 화환 등을 바라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아파트·유치원’…경찰 추적 시스템 한계 

지난 10일 피살된 김하늘(7)양 수색 당시 경찰이 범행 현장을 뒤늦게 발견한 것과 관련 유족이 경찰의 위치추적시스템에 불만을 토로했다.

13일 경찰과 하늘양 유족 측 설명을 종합하면 하늘양 어머니가 지난 10일 경찰에 “딸이 없어졌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한 시각은 오후 5시 15분이다. 경찰은 2분 뒤인 오후 5시 17분부터 16차례나 하늘양 휴대전화에 대한 위치 추적을 시도했다. 하지만 위치추적을 시작한 직후부터 하늘양 찾기에 나섰던 경찰은 30여분 동안 하늘양을 찾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 위치 추적은 GPS(위성항법시스템)와 와이파이 연결, 통신사 기지국 셀(Cell) 값 등 정보를 받으면 이를 종합해 수사망을 좁혀간다. 하늘양을 찾는 데 사용한 위치 추적 방식은 기지국 등을 활용한 셀 값을 기반으로 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경찰 관계자는 “시내에 있는 통신사 기지국은 2㎞ 반경으로 설치돼 있고, 셀 값은 기지국 반경을 3등분한 범위로 표시된다”며 “해당 범위(셀 값) 중 의심되는 지점을 수색하는 게 통상적인 수색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셀 값은 기지국과 가까운 중계기에 잡히는 경우도 있고, 수시로 바뀌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 커튼이 처져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 커튼이 처져 있다. 연합뉴스

출동한 경찰보다 친할머니가 먼저 찾아 

경찰이 하늘양 수색에 나설 당시 셀 값은 학교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 기지국 반경이었다. 하늘양이 발견된 학교에서 아파트까지는 100여m 떨어져 있다. 이 학교엔 병설 유치원도 있다. 육종명 대전서부경찰서장은 “셀 값 안에 유치원으로 위치정보가 표시돼 우선 학교를 수색하기로 했다”면서도 “경찰 도착 당시 학교 관계자들이 이미 본관 위층에서 아래까지 훑어본 상태였지만, 하늘양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우선 학교 지하 주차장을 수색한 뒤 놀이터와 공원, 창고 등을 위험성이 큰 지역을 먼저 찾아봤다”며 “이후 위치추적 조회에 나온 셀 값이 인근 아파트에도 표시돼 현장 경찰관이 그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가해 교사 A씨(48)를 최초 발견한 건 학교에 남아 손녀를 찾고 있던 하늘양의 친할머니였다. 그는 오후 5시 47분쯤 경찰과 함께 인근 아파트단지에서 돌아오던 하늘양 아버지에게 연락해 “학교 2층 시청각실로 빨리 오라”고 말했다. 어두컴컴한 시청각실 자재 보관창고에 누워있던 A씨를 막 발견한 직후였다.

40대 여교사에게 흉기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대전의 모 초등학교 1학년 고 김하늘 학생의 분향소가 마련된 12일 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김 양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40대 여교사에게 흉기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대전의 모 초등학교 1학년 고 김하늘 학생의 분향소가 마련된 12일 초등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이 김 양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하늘양 아빠 “앱엔 계속 학교”  

하늘양 할머니가 통화하는 사이 A씨가 창고 문을 잠갔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이 오후 5시 50분쯤 문을 부수고 들어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던 하늘양을 발견했다. 하늘양 아버지 김모(38)씨는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당일 오후 4시 55분쯤 자녀 보호 앱을 활성화했더니 하늘이 위치가 학교로 표시됐다”며 “경찰과 아파트 단지로 향했을 때도 앱에 표시된 하늘이 위치는 학교였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와 하늘양 휴대전화에 설치된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전화를 걸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주위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앱을 켜면 상대방 위치와 말하는 소리, 외부 음성이 고스란히 노출되게 하는 기능이 있다.

하늘양 아버지는 “아이 휴대전화 앱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경찰관에게 ‘절대 야외가 아니다. (하늘이가) 실내에 있고, 계속해서 여자 숨소리가 들린다’고 알렸다”며 “아파트로 이동했다가 경찰이 ‘학교로 위치가 떴다’고 알려줘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 ‘시청각실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늘이를 더 빨리 찾지 못한 게 미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