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까지 알박기…사일장 속출 와중에 '장례업체 선점' 수사

인플루엔자(독감)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의 확산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의 확산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감ㆍ폐렴 등 호흡기 질환 확산과 맞물려 전국 화장장이 만실을 이루는 가운데 일부 장례업체가 예약 시스템 허점을 악용해 ‘화장장 선점 꼼수’를 부린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자체와 국회에선 시스템 허점 보완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화장장 ‘예약 알박기’ 어떻게 이뤄졌나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장례식장 대표인 30대 남성 A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장례 영업 과정에서 화장장 선점을 위해 허위로 부산 영락공원 등 시설 화장장을 무더기로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부산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보건복지부가 통합 운영하는 화장장 예약 시스템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의심된다. ‘e하늘’이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에서는 사망 확인 등 별도의 증빙 없이 화장장 예약이 가능하다. 이 점을 이용해 화장장 이용이 가능한 날짜를 무작위로 예약해둔 뒤, 실제 장례를 치르기 위해 화장장을 이용하려는 손님이 오면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손님 명의 예약을 새로 하는 수법으로 ‘명의 바꾸기’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런 탓에 시설 포화로 화장 일정이 밀려 사ㆍ오일장이 성행하는 상황이 더 악화됐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특정인 예약 취소 100여건… 경찰 수사    

부산 부산진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부산진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유일의 공설 화장장이 있는 영락공원의 경우 실제 최근 화장장 예약 취소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화장장 예약 취소는 한 달 평균 174건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선 지난달에만 취소 건수가 472건으로 2.7배가량 급증했다. 심지어 최근 1년을 놓고 보면 한 명이 100번 넘게 화장장을 예약했다 취소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 명이 1년에 100번 넘게 화장장을 예약했다 취소하는 건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일부 장례업체를 중심으로 이런 식의 ‘화장장 예약 알박기’가 이뤄진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예약 시스템을 악용한 업체를 파악하고, 이들이 어떤 화장장을 중점적으로 노렸는지 등에 주안점을 두고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ㆍ국회는 시스템 개선 팔 걷어

공설 화장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를 포함해 국회에서는 이런 범죄 예방을 위해 e하늘 예약 시스템 개선을 추진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반복적인 예약ㆍ취소 등 의심 사례 모니터를 강화했다.  현재 예약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 운영 주체인 복지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화장장 선점을 위한 장례업체 등의 영업 실태조사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예약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살펴보고 있다”며 “이전부터 화장시설 포화 문제를 겪은 영락공원의 경우 증설을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