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얼어붙자 커피·술부터 줄였다…"카페 매출 10% 급감"

카페 자료사진. 뉴시스

카페 자료사진. 뉴시스

 
금융기관에 빚(대출)을 진 소상공인(자영업자) 가게 10곳 중 1곳이 지난해 4분기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균 6000만원이 넘는 대출을 안고 고군분투하다가 평균 568만원의 원리금이 밀린 채 폐업을 택했다. 비상계엄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특히 카페·술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17일 한국신용데이터의 '2024년 4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말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고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2만2000개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86.7%(314만개)는 빚이 있어도 일단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3%(48만2000개)는 폐업(국세청 신고 기준) 상태였다. 

폐업한 사업장의 평균 연체액은 568만원, 평균 대출 잔액은 618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716조원으로, 직전 3분기(712조원)와 전년 4분기(700조원)보다 각각 0.5%, 2.3% 늘었다. 

금융업권별 비중은 은행 대출이 60.5%,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39.5%를 차지했다. 밀린 개인사업자 대출 원리금 규모는 모두 11조3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나 1년 전과 비교해 각 2.3%, 52.7% 불었다. 21.2%(2조4000억원)가 은행, 78.8%(8조9000억원)는 2금융권 연체였다. 

업종 중에서는 카페의 소비 위축 타격이 가장 컸다. 지난해 4분기 외식업 가운데 카페 매출은 3분기보다 9.5%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도 1.3% 적었다. 패스트푸드와 술집 매출도 전 분기보다 각 1.8%, 1.7% 뒷걸음쳤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경제·정치 불안을 느낀 소비자들이 기호식품인 커피, 술 등부터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양식(8.8%), 아시아음식(6.3%), 일식(5.5%), 중식(4.1%) 등 일반 식당의 매출은 3분기보다 다소 늘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의 매출이 3분기보다 7.4%나 감소했다. 반면 세무사·변호사업 등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매출은 30.1% 증가했고, 운수 서비스업도 10.3% 불었다. 유통업의 경우 슈퍼마켓·편의점 등 종합유통업의 매출이 0.1% 줄어 고전했지만, 반대로 가구·문구·안경·악기점 등이 포함된 전문유통점은 12.4% 늘었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수년간 크게 위축됐다가 2023년 다소 회복된 후 2024년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경기 부진과 계엄 등으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제로 지난해 매출이 2023년보다 더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됐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신용데이터가 개인사업자 경영관리서비스 '캐시노트' 가입 사업장 16만개를 표본 조사한 뒤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의 비중을 적용해 전체 개인사업자 현황을 추정한 결과다. 캐시노트로 수집된 사업장별 여신금융협회·홈텍스 연동 데이터가 사용됐고, 대출 등 금융 현황의 경우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도 활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