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분간의 심정지 상태에서 극적으로 회복한 권모씨(가운데)와 아들(왼쪽),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 사진 이화여대의료원
18일 이화여대의료원에 따르면 치매를 앓고 있던 권씨는 지난해 12월 9일 경기 파주시 집에서 샤워하다 갑작스레 의식을 잃었다. 평소 권씨를 곁에서 챙기던 아들이 이를 발견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권씨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복부대동맥류 파열 진단을 받았다. 복부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지면서 대량 출혈 등이 발생하고, 사망에 이르는 초응급 질환이다. 또다시 구급차를 타고 긴급 수술이 가능한 서울 이대서울병원으로 전원 되던 중 불안하던 심장이 멈췄다.
이대서울병원 내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의 송석원 교수팀은 권씨 도착 즉시 35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대로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
보호자인 아들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치매를 앓았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지 너무 오래됐으니 꼭 소생시켜 달라"고 오열했다. 그 순간, 기적처럼 심장이 다시 뛰었다. 송 교수는 곧바로 복부 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술에 들어갔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심정지에서 소생한 환자는 중환자실에 들어갔고, 약 3주 만에 일반 병실로 이동할 정도로 좋아졌다. 이후 심폐 기능 회복, 근력·지구력 강화 등 재활치료를 거쳤다. 그리고 지난 14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위급한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온 지 두 달여 만이다.
이런 사연은 아들 권씨가 퇴원하며 '송석원 교수님과 이대대동맥혈관병원 의료진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편지를 남기며 알려졌다. 그는 "아버지가 심정지 상태로 도착할 때부터 수술 끝까지 위로와 함께 치료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분이 송석원 교수라는 걸 나중에 알고 감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일반 병실로 돌아오신 뒤 송 교수가 첫 회진 때 '아버님은 정말 기적이었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저야말로 송 교수님을 만난 게 기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을 맡고 있는 송 교수는 "매일 초응급 환자를 만나며 수술하고 치료하지만 35분간 뛰지 않던 심장이 살아난 경우는 드문 케이스다. 그저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환자 아들의 간절한 염원 덕분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많은 대동맥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