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2일 서울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이동통신 3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해당 법 40조1항에 따르면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등을 통해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자고 합의하면 안 된다. 공정위는 3사가 특히 ‘상품의 생산·출고·수송·거래제한이나 용역의 거래제한’을 한 것으로 봤다.
이동통신 3사는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특정 회사에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가 혹은 순감소 건수가 쏠리지 않도록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각사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입자 모집 대가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특정 회사의 번호이동 순증 건수가 증가하는 경우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번호이동 순감이 발생한 다른 이동통신사들이 판매 장려금을 높이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가 폭이 큰 회사의 영업 책임자가 다른 회사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담합 행위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보는 데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혐의(단말기유통법 위반)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고선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KAIT와 함께 시장상황반을 운영했다. 이때 판매장려금 상한을 지키는 노력만 해야 했는데, 판매장려금 담합까지 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제한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변동폭은 2014년 각각 3000건가량이었는데 2016년부터는 200건 안팎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는 2014년 2만8872건에서 2022년 7210건으로 줄었다.
이동통신 3사별 과징금 부과 액수는 SKT 426억6200만원, KT 330억2900만원, LGU+ 383억3400만원이다. 앞으로 공정위가 관련 매출액을 확정하면서 과징금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 당초 총 과징금 규모가 최대 5조5000억원가량에 이를 거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폭 축소됐다. 통신 3사가 단말기유통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자율규제 과정에서 벌어진 담합인 점을 고려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사건으로 이동통신 소비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경우 받게 되는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이 줄어들었다”며 “제재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고 가계 통신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이동통신 3사는 반발했다. SKT는 “방통위의 단말기유통법 집행에 따랐을 뿐 담합은 없었다”며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는 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두 회사도 담합 사실을 부인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방통위는 공정위 제재 결정에 앞서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같은 달 27일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