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시진핑 면전서 "껍데기 번영이 내공 부족 가리고있다"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가 좌담회에서 런정페이(왼쪽 두번째) 화웨이 회장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가 좌담회에서 런정페이(왼쪽 두번째) 화웨이 회장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소집한 민영기업좌담회에 참석한 중국 주요 기업 총수 6명의 주요 발언록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런정페이(任正非·81)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은 “표면의 번영이 내공 부족을 가리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래 5년이 중국 과학기술 산업의 생사를 결정할 잠복기”라고 강조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9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오는 2028년까지 기술자립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스페어타이어 2.0’ 계획을 이미 가동했다고 런 회장이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가 좌담회에서 런정페이(가운데) 화웨이 회장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CC-TV 캡처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기업가 좌담회에서 런정페이(가운데) 화웨이 회장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CC-TV 캡처

 
이날 당국은 1944년생으로 좌담회에 참석한 최고 연장자인 런 회장에게 시 주석 맞은편 정중앙 자리를 제공했다. 런 회장은 최근 오픈AI의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인 딥시크와 비야디의 전기차 판매량 테슬라 추월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는 좌담회에서 “중국이 스마트 운전, 반도체 등의 영역에서 현저한 진전을 거뒀지만 여전히 ‘표면의 번영이 내공 부족을 엄폐한다’는 문제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영기업이 핵심 기술의 연구개발과 세계화 포석을 강화해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이라는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기론을 제기한 런 회장은 해법도 제시했다. 그는 “국내 2000개 기업과 반도체, 산업소프트웨어 등 핵심 영역의 생태계 시스템을 한 데 합쳐 2028년 전체 산업체인의 자립화율 70% 초과를 실현하는 ‘스페어타이어 계획 2.0’을 이미 시작했다”고 공개했다.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화웨이 매장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화웨이 매장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EPA

 
해외 진출 시 새로운 전략도 밝혔다. 런 회장은 “화웨이는 이제 세계화를 추진하지 않고 ‘흑토지’ 모델로 전환한다”며 “이는 화웨이가 어떤 국가에 투자하더라도 반드시 현지 고용과 기술 업그레이드를 촉진하는 이익공동체를 구축해 정치 리스크를 방지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 해외 진출 전략이 현지 고용 대신 중국의 과잉생산 밀어내기이며 진출국가를 채무함정에 빠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 SNS에 퍼진 런 회장의 좌담회 어록은 인재양성론도 주목했다. 런 회장은 “아무것도 없게 되어도 내 사람이 남아 있다면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기업은 인재의 양성과 유치를 중시하고 글로벌 혁신을 통해 기업의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19일 중국의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 검색어 해시태그 ‘#민영기업좌담회’는 2억 클릭, ‘#2025 민영기업좌담회’는 1억1000만 클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7일 민영기업좌담회에 참석한 왕촨푸 비야디 회장이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좌담회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CC-TV 캡처

지난 17일 민영기업좌담회에 참석한 왕촨푸 비야디 회장이 중국중앙방송(CC-TV) 인터뷰에서 좌담회 발언을 소개하고 있다. CC-TV 캡처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비야디를 이끄는 왕촨푸(王傳福·59) 회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이 3~5년을 앞서고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2018년 첫 민영기업좌담회에도 참석했던 왕 회장은 “민영기업은 적극적으로 세계화 경쟁에 참여해 국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인재의 배양과 초빙을 중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왕 회장은 좌담회 후 중국중앙방송(CC-TV)과 별도 인터뷰에서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기술은 제품·기술·산업 체인이 3~5년 앞선다”며 “개방과 혁신만이 세계가 주목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더불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기업 총수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예고했다. 위런룽(虞仁榮·59) 웨이얼(韋爾) 반도체 회장은 “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방식의 인수합병으로 핵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해 반도체 시장에서 지위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또 “300억 위안(약 6조원)을 출자해 닝보 동방이공대학을 세워 ‘대학 연구·개발-기업 제품화-산업 응용’의 폐쇄 순환 모델로 중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최고 정상급 인재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휴머노이드 분야의 신흥 강자 왕싱싱(王興興·35) 유니트리(宇樹科技) 창업자는 ‘저비용 고성능’을 핵심이념으로 제시하며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겨냥했다. 그는 “저비용 고성능을 핵심이념으로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독특한 중국식 경로를 열겠다”며 “핵심부품의 자립화 +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의 연동 + 자금 정책을 합친 모델로 중국의 독자적인 로봇산업 체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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