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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8일 미국 콜로라도주 셰리든에 있는 코스트코 창고에서 계란 구매 제한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신용카드 정보업체 크레딧카드닷컴이 발간한 2월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소비자의 22%는 물건을 사재기했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사재기하겠다"는 응답도 20%였다. 이번 조사는 미국 거주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통상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오르게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짚었다.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놓겠다는 심리가 사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사재기한 물건은 비상식량·화장지·의료품·화장품·위생용품 등 장기간 쟁여둘 수 있는 물품이었다. CNN 등 외신들은 이를 '파멸 소비'라고 표현했다. 경제 불안, 지정학적 긴장 등을 우려해 충동적이거나 과도한 소비를 하는 현상이다.

2025년 2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계란이 매진되었다는 표지판. 조류 독감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계란 가격이 1다스당 4.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선 계란값까지 폭등하면서 식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미국 도시에서 1다스(12개)짜리 A등급 계란의 평균 가격은 1월 기준 4.95달러(약 7122원)였다. 이는 2년 전 최고 가격인 4.82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2015년 1월만 해도 미국에서 계란 1다스는 2.11달러였다.
미국에서 계란 가격이 급등한 건 조류 인플루엔자(H5N1)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2300만 마리가 추가로 처분되는 등 현재까지 미국에서 1억5800만 마리의 닭이 도살 처분됐다. 계란 공급이 크게 줄면서 달걀값이 치솟아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구매 제한을 걸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문제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계란+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하리란 것이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 계란 가격이 추가로 20%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구조조정 차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인력까지 해고했다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6일 전했다. 미 농무부 산하 국립동물보건연구소네트워크 프로그램 사무국의 직원 25%가 공무원 대규모 감축 대상에 포함돼 해고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