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불안에 美 10명 중 2명 '파멸 소비' 빠졌다

미국 소비자 10명 중 2명은 미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이후 물가 상승을 걱정해 사재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에 '관세 전쟁'을 선포한 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외신에선 '파멸 소비(Doom Spending)'란 용어도 등장했다. 여기에 조류 감염병이 돌면서 계란값마저 폭등한 탓에 미국 소비자 허리가 한층 휘고 있다. 

2025년 2월 18일 미국 콜로라도주 셰리든에 있는 코스트코 창고에서 계란 구매 제한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AP=연합뉴스

2025년 2월 18일 미국 콜로라도주 셰리든에 있는 코스트코 창고에서 계란 구매 제한을 알리는 표지가 있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신용카드 정보업체 크레딧카드닷컴이 발간한 2월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소비자의 22%는 물건을 사재기했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사재기하겠다"는 응답도 20%였다. 이번 조사는 미국 거주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통상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오르게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짚었다.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놓겠다는 심리가 사재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사재기한 물건은 비상식량·화장지·의료품·화장품·위생용품 등 장기간 쟁여둘 수 있는 물품이었다. CNN 등 외신들은 이를 '파멸 소비'라고 표현했다. 경제 불안, 지정학적 긴장 등을 우려해 충동적이거나 과도한 소비를 하는 현상이다.

2025년 2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계란이 매진되었다는 표지판. 조류 독감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계란 가격이 1다스당 4.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2025년 2월 18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계란이 매진되었다는 표지판. 조류 독감으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계란 가격이 1다스당 4.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선 계란값까지 폭등하면서 식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미국 도시에서 1다스(12개)짜리 A등급 계란의 평균 가격은 1월 기준 4.95달러(약 7122원)였다. 이는 2년 전 최고 가격인 4.82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2015년 1월만 해도 미국에서 계란 1다스는 2.11달러였다. 

미국에서 계란 가격이 급등한 건 조류 인플루엔자(H5N1)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2300만 마리가 추가로 처분되는 등 현재까지 미국에서 1억5800만 마리의 닭이 도살 처분됐다. 계란 공급이 크게 줄면서 달걀값이 치솟아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구매 제한을 걸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문제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계란+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하리란 것이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 계란 가격이 추가로 20%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구조조정 차원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대응 인력까지 해고했다고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6일 전했다. 미 농무부 산하 국립동물보건연구소네트워크 프로그램 사무국의 직원 25%가 공무원 대규모 감축 대상에 포함돼 해고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