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과 관련해 미·러가 장관급 회담을 가진 직후다. 회견에서 트럼프는 회담에 우크라이나가 배제된 것에 대해 젤렌스키가 불만을 제기한 것을 두고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선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며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선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러시아뿐 아니라 나와 다른 나라도 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의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결과 젤렌스키의 국정 지지율이 52%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전쟁의 책임이 젤렌스키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젤렌스키는 3년 동안 거기에 있었고, 3년이 지났으면 전쟁을 끝내야 했다”며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고, 협상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요구에 응하지 않아 전쟁이 벌어졌다는 러시아 쪽 주장과 비슷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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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러 양국은 사우디 회담에서 평화협정이 최종 합의되기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시 지도자를 축출하고 친푸틴 인사를 내세우는데 선거를 이용할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도 “미국과 러시아의 평화 계획이 휴전 후 우크라이나에서 선거를 치러 젤렌스키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며 “합의를 서두르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가 생각하는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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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EU도 미국 측이 협상을 위해 EU에 '대러 제재 양보’를 요구한 것에 발끈했다. 도리어 추가 제재에 나섰다. EU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16차 대러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이번 제재안 합의를 환영하며 “EU는 푸틴의 그림자 선단에 속한 더 많은 선박을 표적으로, 새로운 수출입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의 제재) 우회 행위를 더욱 강력히 단속하고 크렘린궁을 계속 압박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신규 제재로) 러시아의 전쟁기계가 작동하게 하는 뒷구멍을 막을 것”이라며 “크렘린궁은 우리의 결의를 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추가 제재 패키지는 오는 24일 열리는 EU 외교장관회의에서 공식 채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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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관련 미국과 러시아의 장관급 회담 중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오른쪽)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