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축구 선수 많아도 뛸 운동장 없다”…수퍼컴·양자컴 인프라 구축하는 KISTI 이식 원장

“아무리 좋은 축구 선수가 있어도, 연습시킬 체육관도 운동장도 없는 상황이다.”

이식 KISTI 원장이 17일 대전 유성구 본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이식 KISTI 원장이 17일 대전 유성구 본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1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산 생성 AI 딥시크 출시 이후 자국 AI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국내 AI 기반시설(인프라)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에서다. 이 원장은 “AI 연구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다고 모두 다 연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아예 연구를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KISTI는 국내 AI 인프라 구축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정부출연연구원과 대학에 수퍼컴퓨터 등 연구용 연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수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에 이어 내년 초엔 AI 연산에 특화한 GPU 기반 수퍼컴퓨터 6호기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급증하는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수퍼컴퓨터 분야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KISTI에 입사해 원장 취임 전까지 국가수퍼컴퓨팅본부장을 약 4년 동안 지냈다. 수퍼컴퓨터 6호기 운영이 본격화하면 이 원장은 “AI 연구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000대 규모 GPU가 담길 수퍼컴퓨터 6호기는 올해 말까지 장비를 설치해 내년 상반기 시범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KISTI는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연산 분야에서 수퍼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신약·신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주력 산업의 연구개발(R&D)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이식 원장은 “국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는 아직 개발 중”이라며 “KISTI에선 수퍼컴퓨터를 가상의 양자컴퓨터처럼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연구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KISTI는 최근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AI 모델 개발에 핵심인 데이터 확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데이터본부를 확대 개편했다. 이식 원장은 “KISTI가 정부 R&D 연구 자료를 모두 모아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를 운영하는 만큼 AI 학습 관련 데이터 구축과 플랫폼 개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ISTI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한-아세안(ASEAN)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사업도 올해 본격화 할 예정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AI 연구개발에 필요한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KISTI가 HPC 하드웨어 구축과 활용 노하우를 전수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아세안 국가의 AI 인재 양성을 돕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