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300억 손실” 광주공항 국제선 추진…무안군민 “정치적 셈법” 반발

민군통합공항으로 운영 중인 광주공항 자료사진. 연합뉴스

민군통합공항으로 운영 중인 광주공항 자료사진. 연합뉴스

광주광역시가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위기를 맞은 관광업계를 위해 광주공항의 국제선 임시운항을 정부에 건의하자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무안군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무안군 등에 따르면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어 광주공항의 국제선 임시 운항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범대위는 2013년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후 추진된 광주공항·군공항의 무안국제공항 통합 이전을 반대해왔다.

범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7월이면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공사가 준공될 예정인데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운항을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은 지난해 12월 29일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활주로가 폐쇄된 상태다.

범대위 측은 “제주항공 참사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도 광주시는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전남도는 ‘(광주)민·군 공항 무안 동시 이전’이라는 정치적 셈법에 따른 목소리만 낼 뿐,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은 뒷전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1월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타워크레인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뉴스1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1월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타워크레인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뉴스1

범대위 측이 광주공항 국제선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무안공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18일 “무안공항은 광주시민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지만 참사 후 장기 폐쇄되면서 지역 관광업계가 여행취소 2만900여명, 300억원의 매출손실 위기를 겪고 있다”며 광주공항의 국제선 임시운항을 정부에 건의했다.


강 시장은 국제선 취항을 건의하면서 무안공항의 재개항 및 서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대한 국토해양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 달라고 함께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공항은 2007년 11월 개항 당시 광주공항과 통합된 서남권 관문공항을 목표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강 시장은 제주항공 참사로 서남권 관문공항 조성과 광주 민·군공항 이전 등이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시장은 “정부는 무안공항이 언제, 어떤 조치를 통해 재개항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며, 서남권 관문공항 조성을 위한 추진계획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선 임시운항의 종료 시점에 대해선 “(무안공항의) 안전이 확보될 때”라고 제시했다. 강 시장은 “무안공항 이용객 대다수는 광주시민”이라며 “재개항을 하더라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후 무안공항과의 통합을 추진해온 광주공항 전경. 연합뉴스

2013년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후 무안공항과의 통합을 추진해온 광주공항 전경. 연합뉴스

당초 광주공항은 무안공항 신설 후 국제선·국내선을 넘길 예정이었지만 찬반 논란 끝에 국제선만 넘기고 국내선은 남겨둔 상황이다. 광주시는 24일 광주시관광협회와 전세기공급업체 등과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주공항 국제선의 임시운항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무안공항 폐쇄 후 여행업계가 대단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여행업계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면 무안공항 재개항 전에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임시운항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폐쇄된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월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폐쇄된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11일 “인근의 국제공항이 폐쇄될 경우 국제선 운항이 가능하지만, 광주공항도 안전 시설물 강화 대상”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광주공항은 길이 2835m의 활주로 2본을 갖춰 동남아·하와이까지 중형기 운항이 가능하다. 무안공항 개항 전까지 일본과 동남아를 오가는 여객편이 운항됐으며, 현재는 국내선(서울·제주)이 하루 30여편 운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