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 셀트리온 유럽본부장이 21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이다. 베를린=채혜선 기자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생산·수출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유럽 법인은 회사 내 중심으로 통한다. 셀트리온의 해외 법인 40개 가운데 절반인 20개가 유럽에 있을 정도로 셀트리온은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셀트리온의 전체 지역 매출 8100억원 가운데 유럽 법인이 거둔 매출은 4419억원으로, 전체 54.9%에 달했다. 셀트리온 유럽 법인을 총괄하는 하태훈 유럽본부장은 "셀트리온 유럽 본부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50% 이상 성장해왔고, 그 성장률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염증성 장 질환 학회인 '2025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 시티큐브 내 셀트리온 부스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만난 하 본부장은 "유럽에서 판매 중인 셀트리온 제품은 판매량에서 대부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력 상품인 램시마 제품군(램시마·램시마SC)의 유럽 주요 5개국 내 시장 점유율은 79%(지난해 3분기 기준)에 이른다.
전이성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제 베그젤마(성분명 베바시주맙)가 유럽에서 처방 1위에 올라섰다. 사진 셀트리온
하 본부장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판매 중인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베그젤마(성분명 베바시주맙)·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이성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제인 베그젤마는 지난해 3분기 유럽에서 점유율 29%를 기록하며 오리지널을 포함한 경쟁 제품을 모두 제치고 베바시주맙 처방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 출시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하 본부장은 "1위 제품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1~2개 정도인 2위 제품은 1위를 조만간 탈환하겠다"고 올해 목표를 제시했다. 연내 출시를 앞둔 아이덴젤트(성분명 애플리버셉트)·앱토즈마(성분명 토실리주맙), 스토보클로와 오센벨트(성분명 데노수맙)에도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5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 내 셀트리온 부스에 유럽 핵심 의료계 인사 등이 자리해있다. 사진 셀트리온
유럽엔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한 적지 않은 국가가 있다. 국가가 다양한 만큼 국가별 판매 전략도 맞춤식이라고 하 본부장은 설명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는 스페인·포르투갈에선 인플릭시맙 처방 시 정맥주사(IV)나 피하주사(SC)를 각각 썼을 때 플라스틱 사용량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보고하는 식이다. 제각각인 유럽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셀트리온은 2020년부터 직접 판매(직판) 체계에 돌입했다. 유럽 시장을 직판으로 공략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은 아시아에서 셀트리온, 일본 오츠카·다케다 제약뿐이라고 한다.
하 본부장은 "유럽 모든 경쟁사가 직판 중일 정도로 직판을 선택한 회사가 전부 성공하지는 않는다"라며 "의료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직판을 선택한 셀트리온의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