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로 12ㆍ3 비상계엄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계엄군이 탄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계엄군, 국회 진입 왜 했나”…12차례 물은 헌재
“입법활동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봉쇄 목적이 아니었다”는 김 전 장관의 답변이 이어지자, 뒤이어 김형두 재판관이 “발언과 달리 국회 봉쇄가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정황이 보인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국회의장도 출입구로 못 가서 담을 넘었고, 일부 국회의원은 병력이 진출로를 열어주지 않아 못 들어간 일도 있다”면서다.
이 과정에서 정 재판관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지난 6일 6차 변론)을 상대로 “(대통령에게) 들은 이야기만 정확히 하라”며 표현 하나하나를 검증하기도 했다. 사람·인원·의원 등 여러 단어를 쓰자 “법률가는 말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신빙성을 판단한다”고 지적하면서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인원들을 다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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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국무회의 적법했나
정 재판관은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윤 대통령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했는지” “계엄사령관 임명을 심의했는지” “계엄선포문에 국무위원 부서(副署)가 있었는지” 등을 하나하나 물었다. 김 재판관은 이 전 장관을 상대로 “개회선언, 안건 설명, 폐회 선언이 없었다는데, 이 말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김 전 장관이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정 재판관은 국무회의 의장인 한 총리를 상대로 “저희가 증인한테 듣고자 하는 것은 그냥 증인의 생각이다. 그래야 저희가 사법적인 판단을 한다”며 완곡하게 물었다. 한 총리는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장원 메모' 첨예한 쟁점엔 재판관이 직접 따져
유일하게 두 번 출석(5·10차 변론)한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두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첨예하게 다투자 재판관들이 추가 질문을 통해 신빙성을 파고드는 장면이 몇몇 나왔다. 5차 변론에서 정 재판관은 여 전 사령관이 검거 지원을 요청했다면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이라고 적어야 하지 않았냐 지적했고 홍 전 차장은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어놨던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또 김 재판관은 지난 10차 변론에서 “(계엄 당일) 국무회의 때 조태용 국정원장이 자리에 있었는데, 원장을 제치고 1차장한테 전화를 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전화로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홍 전 차장 증언이 이어지자 “증인과 윤 대통령은 서로 잘 알고 인식하는 사이냐”며 이 같은 의문을 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尹 계엄 선포 배경 관련 증인 3명에게만 관심 無
재판부가 질문하지 않은 증인은 딱 3명인데,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야당의 예산 폭거를 증언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다. 이미선 재판관이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계엄 목적이 야당에 경종을 울리고, 부정선거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냐”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제5공화국의 국가입법회의 같은 건가”라고 물은 것 외에는 다른 증인들에게 관련 질문은 전혀 없었다.
질문 자체는 김형두 재판관이 가장 많이 했다. 재판관 아무도 질문하지 않은 백 전 차장 등 3명을 제외한 13명 모두에게 질문했다. 이어 정형식 재판관이 8명에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3명에게 물었다. 이미선 재판관은 한 번 질문했고, 정정미·김복형·정계선·조한창 재판관은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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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두 헌법재판관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증인심문을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