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는 독재자"라던 트럼프, 8일 만에 "내가 그랬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언급했던 자신의 발언을 불과 8일 만에 사실상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기자들로부터 '여전히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렇게 말했던가?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못 믿겠다"라고 답한 뒤 "다음 질문을 하라"며 화제를 돌렸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발언을 태연하게 뒤집은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과 같은 날 마이애미 행사 연설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대선이 연기된 상황을 지적하며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 젤렌스키"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8일 만에 해당 발언을 사실상 철회한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일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희토류 등 광물 공동 개발 합의를 최종 조율 중이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위한 서명식 참석을 위해 28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 철회는 그의 예측 불가한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로부터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보낸 국빈 방문 초청 친서를 전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 여기서 읽으면 되는 것인가"라며 즉석에서 친서를 읽었다.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영국 왕실의 초청장을 보여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EPA/CHRIS KLEPONIS / POOL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영국 왕실의 초청장을 보여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EPA/CHRIS KLEPONIS / POOL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는 친서 내용을 "정말로 멋지다"며 찰스 3세를 "훌륭한 신사",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친서에) 서명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서명이 없으면 의미가 별로 없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그는 스타머 총리에게 친서의 중요 부분을 직접 낭독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에 이은) 2번째 국빈 방문 초청"이라며 "정말 특별하고, 전례가 없으며, 우리의 관계가 강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친근감을 표했다.

스타머 총리가 "나는 아직 (초청에 대한) 당신의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답은 예스(yes)"라고 답하며,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영국을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에도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을 받아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