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다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는 이른바 '악성 미분양' 주택 규모가 11년 3개월만에 최대치인 2만3000가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입주 전인 일반 미분양은 수도권에서 한 달 새 2000가구 이상 늘어 7만2000여 가구로 불어났다.

전반적으로 공사비가 늘고 미분양까지 쌓이면서 지방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인허가·착공 등 주택 공급 선행지표도 부진해 내년 이후 공급난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1월 주택통계'에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로, 전월보다 3.5%(2451가구) 늘었다.

증가분은 전부 수도권에서 나왔다.

평택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며 경기 미분양(1만5135가구)이 한 달 새 2181가구 늘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 미분양(1만9748가구)이 전월보다 16.2%(2751가구) 늘었고, 지방(5만2876가구)은 0.6%(300가구) 감소했다.

지역별 미분양 주택은 경기도에 가장 많이 쌓여 있고, 대구(8742가구), 경북(6913가구), 경남(5203가구)이 뒤를 잇는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말 2만2872가구로 전월보다 6.5%(1392가구) 늘었는데, 이는 2013년 10월(2만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악성 미분양 가구는 2023년 8월부터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늘어난 악성 미분양의 86%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특히 대구 악성 미분양(3075가구)이 401가구, 부산(2268가구)은 382가구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미분양 3000가구를 사들이고,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를 조속히 출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아직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계에서는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제 혜택을 요구해 왔지만 이게 빠진 상태여서다.

하지만 취득세 등 세법 관련 정책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더라도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삼부토건·인강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은 줄줄이 법정 관리를 신청하고 있다. 업계에선 상반기 중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부도·파산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주택 공급 지표 또한 부진하다.

1월 주택 인허가는 2만245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0% 줄었다. 

수도권 인허가(1만5128가구)가 37.9% 늘었지만, 지방(7324가구)에서 50.7% 줄어든 여파다.

1월 주택 착공은 1만178가구로 작년 동기보다 55.7% 감소했다. 수도권(3985가구)이 68.4%, 지방(6193가구)은 40.1% 줄었다.

1월 분양은 7440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46.2% 감소했다.

준공 실적(4만1724가구)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5% 증가했다.

지난달 주택 매매거래는 3만8322건으로 전월보다 16.5% 감소했다.

서울의 주택 매매거래는 1월 5307가구로 전월 대비로 6개월 연속 줄었다. 이중 아파트 거래가 3233건으로 전월(3656건)보다 11.6% 감소했다.

지난달 전월세 거래는 20만677건으로 전월보다 7.9%,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19.0% 줄었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9.2%다. 전년보다 3.3%포인트 증가하며 60%에 육박했다.

특히 전국 비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1월 73.7%까지 높아졌다. 서울은 73.8%이며, 지방은 79.7%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