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입산 철강의 부당한 헐값 판매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 사진은 지난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입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8일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의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 피해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수입산 열연강판이 비정상적으로 싼 가격에 국내로 유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위에 반덤핑 제소를 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각각 164만톤(t), 194만t으로 국내 철강사 내수 판매량(949만t)의 17.3%, 20.4% 수준이었다. 열연강판은 철강을 가열해 얇게 편 것으로 자동차·철근 등 제조업 전반에 널리 쓰인다. 무역위는 다음달 4일 관보에 조사 개시를 공고하고, 예비조사(최대 5개월)와 본조사(최대 7개월)를 진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일본산 열연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대제철이 생산한 구조용 열연강판 모습. 사진 현대제철 홈페이지 캡처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서명한 명령문을 들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시작으로 불공정 무역 대응에 나섰다. 지난 20일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해 27.9~38.0%의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을 내렸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송유관·중장비 등에 쓰인다. 정부가 수입산 철강 덤핑에 칼을 빼들자 철강 업계도 쌓여 있던 문제들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국씨엠은 지난 27일 세아씨엠·KG스틸 등 동종 업계와 함께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철강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문제로 커질 걸 우려해 덤핑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기업들도 후판 반덤핑 판정을 보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철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중국의 저가 철강 밀어내기는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지만, 실태 조사와 대응은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국내 산업의 각 분야에 중국산 덤핑 제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전체 철강 수입 규모가 지난 2020년(1238만t)에서 지난해(1469만t)까지 18.7%느는 동안 중국산 철강 수입은 601만t에서 877만t으로 45.9% 늘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다만, 후방 산업의 비용 상승과 보복 관세 위험은 우려할 점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조선·자동차 등 철강을 쓰는 후방 산업에선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덤핑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매길 수도 있다”라며 “중국의 철강 덤핑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어 위험 부담이 적지만, 일본은 한국에서 많은 양의 철강을 수입하기 때문에 일본산 열연강판이 덤핑으로 지목되면 분쟁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일본에 8억3390만 달러(약 1조2180억원)의 철강 제품을 수출하고 7억9336만 달러(약 1조1590억원) 어치를 수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