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경제단체, 트럼프와 협상 앞두고 ‘주한美기업’ 전략적 활용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관세 집행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뒤에 두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관세 집행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뒤에 두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와 경제단체가 국내에서 납세·고용·기부 등에 소극적인 주한미국기업의 ‘그늘’을 부각하는 방안을 트럼프 2기 통상 전략으로 포함할지 검토 중이다. 전면에 앞세우진 않더라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한국무역협회(무협)·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에 따르면 각 기관은 최근 관련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본지가 애플·마이크로소프트·맥도날드 같은 주요 주한미국기업 20곳의 최근 3년(2021~2023년)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최근 영업이익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납세·고용·기부 등 ‘책임 경영’에 인색하다는 내용을 보도한 직후다. 〈중앙일보 2월 28일자 종합10면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산업부는 통상교섭본부에서 해당 내용을 검토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생각지 못한 협상 전략 포인트라 화제가 됐다. 향후 트럼프 정부와 본격적인 협상에서 하나의 ‘패’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주한미국기업 중 빅테크의 납세 문제 등은 유럽의 대응부터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는 주한미국기업 전반에 대한 조사나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는 미국에 공세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단체는 대(對)미 국제협력 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다. 무협 관계자는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 기여를 강조하되, 주한미국기업의 그늘도 덧붙이는 식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협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대미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에서 ‘넛지(nudge·연성 개입)’ 전략으로 검토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미국 측에 직접 언급하기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처럼 ‘(주한미국기업에 대한) 국내 여론이 좋지 않다’는 식의 물밑 전략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미국을 자극해서도 안 되지만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같은 ‘당근’만으론 협상 효과가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가능하다면 주한미국기업 실태를 전수 조사해 팩트를 준비해야 한다”며 “정말 다급할 때 미국에 구체적 수치를 내밀 수 있어야 협상에도 힘이 실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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