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혼 건수가 28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단위 인구당 이혼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통계 집계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2일 통계청이 잠정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1155건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연간 이혼 건수는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16만6617건) 정점을 찍은 뒤 대체로 하향세를 나타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5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인 조이혼율은 1.8이었다. 1970년도 수치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인 유배우 이혼율 역시 통계 사상 최저 수준(3.7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혼 건수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우선 결혼이 감소한 데 있다. 1980년대부터 ‘결혼은 필수’라는 인식이 흐려지면서 결혼 감소→이혼 후보군 축소→이혼 감소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곳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2005년부터 도입된 ‘협의이혼 전 상담 및 숙려기간’ 제도가 효과를 낸 영향이 있다. 갈수록 신중하게 결혼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조기 이혼(혼인지속기간 0~4년)이 줄어들기도 했다. 고물가 속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혼보다는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2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 및 봉쇄 조치가 이혼 감소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부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대화가 늘어난 결과 기존의 갈등이 해소되고 이혼을 막았다는 이야기다. 또한 명절 기간 이동을 자제하고 직장 회식을 줄이는 등의 변화가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이혼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4일 “한국에서 결혼 생활이 더 길어지는 비결은 수많은 이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편과 30년 넘게 혼인 관계를 유지 중인 김모(60)씨는 “이혼 예능 프로그램을 본 후 마음을 진정시킨다”며 “내 결혼 생활은 프로그램에 나온 부부들보다 심하지는 않다. 나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혼 건수가 줄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과 이혼율을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유엔(UN)이 발간한 ‘인구통계연감 2023’에 따르면 이혼율을 집계하는 76개국 가운데 한국은 공동 25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선 공동 15위 수준이다. 실질적인 한국의 이혼율은 더 높을 여지가 크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복지 혜택 극대화 등의 목적으로 혼인신고 없이 결혼생활을 하는 사실혼 비중이 상당한데, 이들 가운데서 갈라서는 경우까지 합쳐 계산하면 이혼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혼을 많이 하는 게 국가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이혼을 하면 자녀 교육에 악영향을 끼쳐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가능성 등이 있는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