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600원 날아갔어요"…클릭하고 주문 없어도 月300만원 떼간다 [자영업리포트-플랫폼 갑질]

족발집 운영자 이재승씨는 배달앱의 정액제 광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전민규 기자

족발집 운영자 이재승씨는 배달앱의 정액제 광고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전민규 기자

“지금 600원 날아갔어요.”

서울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이재승(44)씨가 휴대전화를 살펴보더니 실소를 머금었다. 배달앱의 신종 광고 상품 이용 후 그는 부쩍 자주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소비자가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정액 광고비가 차감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배달앱 광고 예찬론자였다. ‘광고 투자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광고비를 최대치로 쓰면서 월 매출액 대비 광고비 비중이 30%를 웃돌았다. 매출이 상승 곡선으로 화답할 때는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출 그래프는 상승 폭이 둔화하더니 우하향했다. 기존 광고 효과에 대한 의심이 커지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배달앱이 새 상품을 내놓았다.

클릭당 일정액(200~600원)을 차감하는 형태였다. 매출 정체로 고민 중이던 이씨는 곧바로 그 상품을 이용하기로 했고, 광고비 지출은 그만큼 늘었다.  그런데 그 상품도 문제가 있었다. 클릭만 하면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광고비가 꼬박꼬박 나갔다. 게다가 불친절했다. 이씨는 “클릭당 광고 단가 변동 시 노출 변동 폭이 궁금했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해당 상품의 월 광고비 한도로 설정한 300만원이 금세 꽉 찼지만, 매출 증가 폭은 형편없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그렇다고 끊을 수도 없다. 자신이 빠진 자리를 누군가 꿰찰 것이고, 그만큼 노출 경쟁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플랫폼은 이달부터 이 상품의 월 한도액을 무제한으로 넓히고, 클릭당 광고비도 최대 100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그만큼 그의 부담은 배가된다.


플랫폼이 설계한 광고비 출혈 경쟁은 흡사 ‘오징어 게임’ 같다. 최상단에 노출되지 않으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플랫폼은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안다. 앱에 노출되는 가게 리스트에 메뉴 사진을 추가하는 형태로 한 화면 노출 가게 수를 3~4개에서 2~3개로 줄인 이유다. 상단 노출의 관문을 더 좁힌 것이다. 화면 밖으로 밀려난 업체는 최상위권 복귀를 위해 광고비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

플랫폼은 “광고는 선택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소외는 곧 죽음’인 자영업자 입장에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앞서 정부·배달앱·자영업자로 구성된 ‘배달앱 상생협의체’는 중앙일보의 ‘2024 자영업 리포트’(2024년 9월 26일자 1·4·5면) 보도 등 배달앱에 대한 비판 보도가 줄을 잇자 지난해 11월 14일 최고 9.8%이던 배달앱 수수료율을 차등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광고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렇듯 공론화 정도가 약하다 보니 플랫폼은 광고상품 다양화, 광고비 인상 등을 통해 공격적 영업을 펼치면서 자영업자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배달앱이 앞다퉈 도입한 ‘무료배달’ 프로모션 역시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다. 비용을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생협의체 회의 당시 일부 공익위원은 “‘무료배달’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배달앱 측은 “소비자가 배달비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라 문제 될 게 없다”며 맞서고 있다.

무료배달 이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선 상태다. 공정위는 ‘무료배달’이라는 용어 사용의 적정성과 배달비를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이른바 ‘이중가격제’에 위법(공정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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