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오스카 주인공은 性노동자 다룬 '아노라'…작품상 등 5관왕

 

97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아노라’. 로이터=연합뉴스

97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아노라’.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의 주인공은 5관왕에 오른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였다.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노라’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 작품은 남우조연상(유라 보리소프) 한 부문을 제외하고 모두 수상으로 이어지는 기록을 썼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노라’는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가 시부모로부터 동화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동안 ‘탠저린’(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드 로켓’(2022) 등을 통해 미국 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조명한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로 생애 첫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 AP=연합뉴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 AP=연합뉴스

 
‘아노라’에서 주인공 아노라 역을 맡은 마이키 매디슨은 20대 배우로서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가져갔다.

가장 예측이 어려웠던 부문 중 하나인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3년 ‘피아니스트’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던 그는 2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여우조연상은 ‘에밀리아 페레즈’에서 조이 살다나가 받았다. 그는 주인공 에밀리아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 변호사 리타 역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올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 이어 오스카까지 거머쥐었다.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에서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홀로코스트 투어에 나선 사촌 형제 벤지를 연기한 키런 컬킨이 받았다. 그는 맥컬리 컬킨의 동생이기도 하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브루탈리스트’는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촬영상과 음악상까지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 ‘듄:파트 2’는 음향상과 시각효과상 등 2개 부문을 차지하며 웅장한 영상미를 인정받았다.

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 여우주연상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 남우조연상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 여우조연상 ‘에밀리아 페레즈’의 조이 살다나. AP=연합뉴스

97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 여우주연상 ‘아노라’의 마이키 매디슨, 남우조연상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 여우조연상 ‘에밀리아 페레즈’의 조이 살다나. AP=연합뉴스

 
13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던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 2개 부문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당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석권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주연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 남긴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 비하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커졌다. 해당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조이 샐다나는 제작진 및 감독 등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했지만, 가스콘의 이름은 호명하지 않았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라트비아 작품 ‘플로우’, 단편 애니메이션상은 ‘사이프러스 그늘 아래’가 각각 수상했다.  

축하 무대에서는 블랙핑크 리사가 K팝 가수 최초로 무대를 꾸몄다. 리사는 신곡 ‘본 어게인’ 작업을 같이 한 미국 래퍼 도자 캣, 영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와 영화 ‘007’ 시리즈 주제가를 부르는 헌정 공연을 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는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