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관세는 전쟁 행위, 경제는 뒷일 생각해야" 트럼프 비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미국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내놨다.

버핏 회장은 2일(현지시간) CBS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회장을 지낸 고(故) 캐서린 그레이엄에 관해 인터뷰하던 도중 관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관세를 많이 겪어봤다”며 “관세는 어느 정도 전쟁 행위(act of war)”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가면 관세는 상품에 매기는 세금이 된다. ‘이빨 요정(Tooth Fairy)’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경제에서는 항상 ‘그리고 나면 어떻게 되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침대 머리맡에 빠진 이를 두고 자면 이빨 요정이 이를 가져가는 대신 동전을 놓고 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전을 넣어 주는 게 실제론 이빨 요정이 아닌 부모인 것처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누군가는 세금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일(현지시간) 공개된 CBS방송 인터뷰에서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CBS 홈페이지 캡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일(현지시간) 공개된 CBS방송 인터뷰에서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CBS 홈페이지 캡처

CNBC 방송은 버핏 회장의 발언을 두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첫 공개적 의견 표명”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가 징벌적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버핏 회장은 트럼프 1기 때였던 2019년에도 “만약 우리가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그것은 전 세계에 나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에 대한 질문엔 “세상에서 가장 흥미 있는 주제라고 보지만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지난달 13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서명한 관세 관련 행정명령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3일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서명한 관세 관련 행정명령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예정대로 오는 4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관세율은 예고됐던 25%에서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멕시코·캐나다에 대해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으며, 그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요일(4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면서도 “관세율이 정확히 얼마일지는 대통령과 그의 팀이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율이 인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캐나다·멕시코와 국경에서의 마약 유입 차단 결과 및 노력 정도 등에 따라 관세율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트닉 장관은 “멕시코와 캐나다 모두 국경에서 적절한 조처를 해왔다”면서도 “그러나 펜타닐은 계속 유입되고 있으며, 그 재료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 대해서 같은 날(4일)부터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4일부터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고 동시에 이미 지난달 4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중국에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멕시코 정부가 미국과 발맞춰 대(對)중국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점을 언급하며 멕시코에 대한 관세율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CBS에 “이것(멕시코의 대중 관세 부과)은 매우 좋은 시작이라고 본다”며 “화요일(4일)까지 (지켜보겠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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