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에 '얼죽신' 포기?...서울 신축 아파트 매매 비중 줄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등촌주공). 뉴시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등촌주공). 뉴시스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준공 5년 미만 신축 비중은 되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현상과는 결이 다른 통계다. 반면 30년 넘은 구축 매매 비중은 크게 늘었다.  

3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실거래 신고된 아파트(5만7083건) 중 지어진 지 5년 미만 된 아파트 비중은 8.9%(5017건)였다. 전년(13.5%)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3년 미만 신축 아파트 매매 비중은 2.9%로 전년(5.5%)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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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21년 서울에서 당시 기준으로 준공 5년 미만 아파트 매매 비중은 10.3%, 3년 미만은 6.6%였다. 지난해보다 각각 1.4%포인트·3.7%포인트 높았다. 상황은 올해도 비슷하다. 지난 1~2월 서울에서 실거래 신고된 아파트 5795건 중 준공 5년 미만은 8.3%, 3년 미만은 2.4%에 그쳤다.  

신축 수요가 강남권에 몰린다는 것도 사실과 달랐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5년 미만 아파트 매매(개인 간 거래 기준)가 가장 활발했던 곳은 은평구(570건)였다. 다음은 영등포구(438건), 강동구(398건), 서초구(342건), 성북구(298건), 서대문구(270건) 순이었다. 대부분 신축 아파트 비중이 높은 곳이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184건, 153건이었다. 도봉구는 6건, 금천구는 5건이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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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이상(신축 선호)’과 ‘현실(신축 가격)’ 사이에 괴리가 생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482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4300만원)보다 520만원 높았다. 또한 지난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중 5년 미만 신축 평균가는 18억5144만원으로 구축 평균(12억6984만원)보다 6억원가량 비쌌다.  


‘얼죽신’의 근거로 삼는 뜨거운 청약 경쟁률도 일종의 ‘착시’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54대 1이었다. 3년 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을 받아 ‘로또 청약’을 노릴 수 있는 곳에 청약이 몰린 영향이 크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294곳 중 분상제 적용 단지는 47곳(16%)이었다. 하지만 전체 청약자의 56%는 분상제 단지에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재건축 단지. [사진 삼성물산]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재건축 단지. [사진 삼성물산]

반면, 올해부터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도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매매 비중은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매매된 서울 아파트 중 30년 이상 된 곳은 23.5%(1만3399건)였다. 전년(20.2%) 대비 3.3%포인트 증가했다. 3년 전(16.1%)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 도드라진다. 특히 40년 이상 된 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난해 5%(2858건)로 3년 전(2.8%)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1~2월 매매된 아파트 중에서도 30년 이상 비중은 23.4%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서울 신축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고 분양가가 많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신축으로 변신할 재건축 단지에 대한 수요도 얼죽신의 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희소성 있는 신축 선호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