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 줄면 집값 0.14% 하락…지역경제 ‘역자산효과’ 우려

지난 19일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뉴스

지난 19일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뉴스

지역의 인구가 계속 줄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나아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늘어난다는 ‘자산효과’와 반대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지난해 16개 지역에서 인구가 자연감소(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많음)했다. 세종시만 1200명 자연증가했고, 전국으로 보면 12만 명이 자연감소했다. 특히 경북(-1만4900명)‧경남(-1만3800명)‧부산(-1만3700명) 등 비수도권 지역의 감소가 더 심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지역 인구의 감소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발주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연구용역 분석 결과 지역 인구가 1% 줄어들면 같은 해 주택 매매가격(전용면적당)이 0.14%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구가 1% 줄면 전세거래량도 2.8% 감소한다. 지역의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 거래도 늘겠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인천‧경기도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한국부동산원)은 1.4% 오른 반면, 비수도권은 1.05% 내렸다. 아파트값도 수도권이 1.96% 상승할 때, 비수도권은 1.67% 하락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서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인구가 유지되는 강남 지역에 부동산 가격 상승 흐름이 집중되고, 다른 자치구는 집값 상승 기대가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에선 서초구‧강남구‧강동구에서만 인구가 증가했다.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잃어가며, 나아가 소비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0.16%포인트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대출 여력도 줄어들고, 소득이 그대로여도 소비를 줄이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연간 지역별 소비(소매판매)는 17개 모든 시‧도에서 감소했다. 전반적인 내수 심리가 부진했던 영향이 크지만, 앞으로 지역별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하는 지역별 부동산‧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은 전세 지원보다 월세‧매매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하세정 조세연 연구위원은 “인구변화에 따라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가 자연스럽게 축소돼 월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전세제도 유지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재정을 장기임대주택 등 월세와 구매자금 지원으로 전환한다면 주택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연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수도권 주택에는 1가구 2주택에 대한 세금 특례를 확대해줘서 수도권 인구가 지역에 ‘세컨드 홈’을 갖고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지역으로 쉽게 이동해서 생활인구가 되도록 교통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무엇보다 기업과 자본이 지역에 유입될 수 있도록 농지·폐교 부지 등에 대한 개발 규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