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리 매킬로이(오른쪽)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매킬로이는 북풍에 흔들리는 소나무 숲을 넘겨 336야드의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냈다. 스펀의 티샷은 러프로 갔다. 매킬로이는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으나 스펀은 4라운드 중 3번 버디를 잡은 이 홀에서 파에 그쳤다.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17번 홀, 스펀이 매킬로이가 클럽을 꺼내는 장면을 흘끗 훔쳐봤다. 9번 아이언이었다. 바람을 참조할 수 있기 때문에 파 3홀에서는 뒤에 치는 게 유리하다. 특히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 17번 홀처럼 물로 둘러싸인 곳은 더욱 그렀다.
거리는 130야드로 짧지만 그린이 작고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 볼 스피드와 탄도는 물론 스핀도 컨트롤해야 했다. 매킬로이는 9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공을 세웠다. 스펀은 8번을 휘둘렀다. 그의 샷은 그린을 살짝 넘어 물에 빠졌다. 스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연장전을 벌이게 되면 선수들은 경기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필요한 샷을 연습한다. 매킬로이는 “스윙 다섯 개가 필요하다”했다. 2온이 가능한 파5인 16번 홀에서 두번, 파3인 17번 홀에서 한 번, 파4인 18번에서 두 번의 스윙이었다.
매킬로이는 “연습장에서 (17번 홀 티샷과) 같은 방향으로 트랙맨을 놓고 볼을 쳤다. 9번 아이언 4분의3 스윙으로 결정했고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스펀도 똑같이 준비했다. 그는 “로리가 9번 아이언을 친 걸 알고 있었지만, 나보다 장타자이니 그가 무슨 클럽을 치는지가 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는 연습장에서 여러 번 쳐봤고 8번 아이언이 맞는 걸로 나왔다. 그리고 훌륭한 샷을 했다. 볼이 물에 빠질 때까지도 그게 넘어갈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다. 돌풍이 분 건 내 운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세인트 패트릭데이 의상을 입고 로리 매킬로이를 응원하는 관중. 성호준 기자
이날은 세인트 패트릭데이다.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인 성 파트리치오를 기념하며 여는 축제일이다.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 의상을 맞춰 입고 아일랜드 출신 매킬로이를 응원하는 관중들도 더러 있었다.
매킬로이는 2019년에도 성패트릭 데이에 우승했다. PGA 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은 “나는 그가 (일요일 끝나는 대회를 연장전을 만들어) 우승을 월요일로 미루려 한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농담을 했다.
스펀이 17번 홀 티샷이 물에 빠진 후 드롭존에서 친 볼은 스핀이 너무 많이 걸려 러프와 그린의 경계까지 굴러 내려왔다. 퍼트를 할 수 없는 각도여서 칩샷을 했는데 홀을 3m 지나갔고 퍼트를 넣지 못해 트리플 보기가 됐다.
매킬로이는 PGA 투어 28승째를 기록했다. 메이저 4승에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승째다. 450만 달러의 골프 최대 우승 상금도 챙겼다.

로리 매킬로이(오른쪽)와 JJ 스펀. AFP=연합뉴스
필리핀, 멕시코 혼혈 어머니를 둔 저니맨 스펀은 올 시즌 세 번째 톱 10을 기록했다. 스펀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평생 골프가 내 인생의 전부였는데 아이가 생긴 후 골프는 '그냥 골프'가 됐다. 골프가 내 인생의 다가 아닌 걸 알게 됐고 이후 좋아졌다”고 말했다.
폰테 베드라비치=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