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까지. 유통업계가 잇따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기식 인기가 남녀노소로 확산하면서, 유통 채널에서 건기식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업계 최초로 건기식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기타가공품’으로 분류된 비타민과 홍삼 등을 팔아왔는데, 정식 허가를 받은 건기식까지 내놓겠다는 것이다.
아성다이소 본사 인근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CU 관계자는 “점주들에게 건기식 판매 허가 관련된 사항을 안내했고 제약사와 가능한 제품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당초 뷰티 시장에서 올리브영·다이소와 경쟁 구도를 이뤄온 편의점이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 판매 소식에 빠르게 맞불을 놓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앞서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3000원, 5000원짜리 비타민·루테인·밀크씨슬 등의 건기식을 팔기 시작했다. 기존 건기식이 대체로 ‘고함량 다기능’이었다면, 단일 기능과 소포장을 콘셉트로 가격을 확 낮췄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건강식품코너에서 고객이 건강기능식품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에 대해 약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일양약품은 출시 5일 만에 초도물량을 끝으로 더는 납품하지 않기로 백기를 든 상태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여전히 납품하고 있으며, 종근당건강도 빠르면 이달 입점할 계획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일양약품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7~8개 제약사가 다이소와 협상 중이라는 소식도 업계에선 돈다.
유통업계서 건기식에 주목하는 건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건강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2020년 5조1750억원이던 건기식 시장 규모(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해 6조440억원으로 증가했다. 2030년에는 2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 조사 결과 구매 가구는 연평균 400가구씩 늘고 있다. 특히 2022년까지는 51세 이상 고령층이 주 소비층이었으나 최근 2040세대와 아동 비중이 늘었다. 건기식이 중장년층 전유물이 아닌 남녀노소가 찾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협회 설명이다.
약국 중심으로 유통되던 건기식이 이커머스로 접근성이 확산한 것도 시장이 커진 이유 중 하나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구매액의 70%가량은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몰에서 나왔다.
소비자들은 소용량의 건기식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이소 건기식을 반기고 있다. 40대 김모씨는 “영양제를 여러 종류로 먹고 있어 가격 부담이 컸는데 다이소에서 종류별로 구매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다이소 건기식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일부 매장에선 벌써 동이 난 상태다. 인터넷에는 다이소 건기식을 사러 갔다가 물량이 매진돼 허탕쳤다는 글도 줄을 잇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편리하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선택권 확장 측면서 건기식 유통채널 확대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업계는 약사 반발과 관련, 약국(점유율 4.2%)은 이미 건기식 주요 채널이 아닌 데다 복약 지도가 필요한 고가의 고함량 건기식 제품은 여전히 약국서 소비될 거라 수요층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