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朴탄핵과 겹치는 쟁점 있다…당시 헌재로 본 尹운명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역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막바지 장고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전후 일련의 행위들이 ▶헌법‧법률 위반인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를 유심히 따져보고 저울질한 뒤 결론을 내리게 된다.

딱 8년 전 최서원씨 국정농단 의혹이 촉발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과 12·3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인지가 쟁점인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쟁점 자체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양측 모두 ‘국회의 탄핵소추 자체에 절차적 위법이 있다’, ‘설령 헌법‧법률 위반이 있더라도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점을 다투는 것은 공통점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일부 동일하게 다툰 내용이기도 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기각 결정문에 담긴 헌재 판단을 짚어봤다.

절차 관련 다수 쟁점, 과거 헌재는 대부분 기각

윤 대통령 측의 여러 절차적 흠결 주장 중 ‘국회가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충분한 조사‧심사 절차 없이 탄핵소추한 건 위법하다’는 주장은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 사건부터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 폭넓은 자율권을 가진다”고 봤다. 그러면서 “탄핵소추 전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는 국회의 재량이며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헌법‧법률 위반이라 볼 수는 없다”고 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 때도 이를 그대로 인용했다. 노‧박 전 대통령 측은 모두 ‘토론 없이 탄핵 소추 의결을 한 것도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표결 전 반드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명문규정은 없고, 본회의에서 토론을 희망한 인원이 없었고 고의로 토론을 방해한 사실이 없으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소추사유 재분류는 O, 추가는 X

윤 대통령 측은 국회 측의 ‘형법상 내란죄 배제’ 소추사유 변경도 문제 삼는다. 2017년 결정문 중 “국회가 탄핵심판을 청구한 뒤 별도의 의결절차 없이 소추사유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소추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로 소추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부분을 인용하면서다.

헌재는 2017년 소추 당시 5개였던 쟁점을 4개로 축소한 데 대해 “기존 소추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의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도 “기존 소추사유를 분류해 쟁점화한 데 양측이 동의했는데 뒤늦은 문제제기”라며 재분류한 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사건에서 ‘내가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등 발언에 대해 헌재는 “소추의결서에 포함되지 않고 사후적으로 추가된 것이라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소추사유 추가는 인정하지 않았다.


2017년 3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진행되는 모습.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후 8인 재판관으로 이뤄진 재판부가 파면 결정을 내렸다. 중앙포토

2017년 3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진행되는 모습.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 퇴임 후 8인 재판관으로 이뤄진 재판부가 파면 결정을 내렸다. 중앙포토

 
윤 대통령의 탄핵사건이 진행되며 장외에서 진행되는 ‘마은혁 재판관 임명 논란’과 연결되는 내용도 2017년 결정문에 포함돼있다. 당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 이후 8명 재판관 체제로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와중 박 전 대통령 측은 ‘8명 재판부가 탄핵 여부를 결론짓는 건 9인 재판관에게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헌재는 “9인 재판부의 재판이 원칙인 것은 분명하나, 현실적으로 다양한 사유로 일부 재판관이 참여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결원 상태인 1인의 재판관은 사실상 탄핵에 찬성하지 않는 의견을 표명한 것과 같은 결과로 오히려 피청구인에게 유리해 권한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朴 담화 “진실성 없는 사과, 헌법수호 의지 없다”한 헌재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발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발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윤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세 차례 대국민 담화 및 헌재 공개변론 등을 통해 ‘국민에게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서만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고, 대통령의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경고성 계엄’이라며 계엄 선포 자체는 정당했다고 항변하면서다. 체포영장 집행, 대통령실 압수수색 등을 놓고 수사에 저항하면서 구속기소 이후에도 ‘본인에 대한 수사는 위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헌재는 2017년 박 전 대통령의 최서원의 국정개입에 관한 두 차례 대국민 담화를 들며 “국민에게 사과했으나 그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아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두 번째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검찰‧특검 수사 및 압수수색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뢰 회복 노력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국민이 선거로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실무적 기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처음으로 제시됐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에서 재확인되며 공고해졌다. 여기에는 ‘민주주의 원리를 구성하는 헌법상 기본원칙을 적극적으로 위반하려 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포함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헌법수호의무 위반 등 탄핵소추사유 4개 중 2개 유형이 위헌‧위법하다고 인정됐지만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가 기각돼 직을 유지했다. 반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탄핵소추사유 4개 유형 중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 및 대통령 권한 남용’이 인정됐지만 그 정도가 중대하다며 파면됐다.

지난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직전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 직전 공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제하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