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 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4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인도를 방문했다. 구 회장이 인도를 방문한 건 2018년 회장에 취임한 뒤 처음이다. 구 회장 이전에는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2004년 마지막으로 인도를 방문해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구 회장은 첫 일정으로 뉴델리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 방문했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유통 채널인 LG브랜드샵·릴라이언스도 방문했다. 현장에서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 시장 특성을 반영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쓸 수 있도록 만든 냉장고, 인공지능(AI) 모터 기술을 적용해 인도 여성의 일상복(사리)을 관리해주는 세탁기 등 제품을 확인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을 앞서갈 것인지 향후 몇 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 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 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기업과 차별화 전략을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또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 LG 인도법인 소프트웨어(SW)연구소도 방문했다. 그는 연구진과 만나 “가속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한 연구개발(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인도 진출은 역사가 길다. 1996년 LG화학을 시작으로, LG전자(1997년), LG에너지솔루션(2023년) 등이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LG전자는 냉장고·세탁기·TV 등 백색가전 시장에서 현지 1위로,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법인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 가까이 성장하고, 영업이익률도 10% 초반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건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인구 약 14억5000만 명으로 세계 1위인데다, 무엇보다 전체 인구에서 25세 미만의 비중이 40%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5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2030년엔 인도가 일본·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고 전망했다
인도의 성장성에 주목한 LG그룹은 인도에서 올해 IPO를 추진한다. LG전자는 100% 자회사인 인도법인을 상장해 보유 지분의 15%를 매각할 계획이다. 확보한 자금으로 현지 공장을 확장하는 데 쓸 예정이다. 게다가 인도는 트럼프 시대에 상대적으로 ‘무풍지대’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브릭스(BRICs)’ 등 제3지대 주요 국가로서 영향력이 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관계가 굳건해 중국보다 안전한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구 회장은 인도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중동 사업장으로 이동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가전 유통 전문 매장을 찾아 LG전자 제품의 판매 현황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라면서도 “지금부터 진입 장벽을 쌓고, 핵심 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