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채용' 선관위, 논란되자 셀프 개혁?…"대국민사과 검토"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뉴스1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뉴스1

자녀·친인척 특혜채용이 드러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국민 사과를 검토 중이다. 선관위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조직 전반의 문제를 고치겠다는 계획이지만, 채용비리로 입직한 이들이 여전히 근무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감안하면 '셀프개혁'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선관위에 따르면, 자체 개혁안은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 위원 전원을 외부인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회에서 선관위를 겨냥한 '특별감사관 도입' 등이 추진되자 선제적으로 자구책을 내놓자는 취지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관위를 '마피아 패밀리'라 부르며 "채용비리와 근무 태만의 온상으로 전락한 부패 선관위"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선관위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논의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채용비리는 10여년 전부터 이뤄진 뿌리 깊은 병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 동안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 경력채용 291회에서 878건의 규정·절차 위반이 드러났다.

특히 자녀를 꽂아 넣으려는 고위직들의 청탁·지시가 두드려졌다. 박찬진 전 선관위 사무총장의 딸은 2022년 1월 전남선관위 경력직 채용에 응시해 합격했다. 전남선관위는 면접 위원들에게 점수칸이 빈 평가표를 내게 한 뒤 박 전 총장의 딸을 비롯한 내정자들의 점수를 사후에 써 넣었다.


선관위에 자녀를 특혜채용한 것으로 드러난 박찬진(오른쪽)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뉴스1

선관위에 자녀를 특혜채용한 것으로 드러난 박찬진(오른쪽)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뉴스1

 
김세환 전 사무총장 아들이 합격한 인천선관위는 인력 소요가 없는데도 경력채용을 진행했다. 김 전 총장 아들의 면접을 본 이들은 모두 아버지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었다. 송봉섭 전 사무차장은 2018년 충북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딸이 착하고 성실하다"고 했고, 송 전 차장의 딸 1인만을 위한 채용 절차가 이뤄졌다.

'아빠 찬스' 수혜자들은 어떤 징계도 없이 지금도 재직 중이다. 선관위는 이들의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자 2023년 7월 고위직 자녀 5명에 대해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으나 지난해 1월 업무에 복귀시켰다. 선관위 측은 "아무 일도 맡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혜라는 지적을 고려해 복귀 조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정채용 상당수는 감사원 감사 이전부터 중앙선관위로 고발성 투서가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들은 간부들과 지인들이 연루된 이 사건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선관위 내부적으로 "우리는 가족회사", "친인척 채용 전통이 있다"라는 반응과 함께 문제없음으로 종결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밖에 2018년 전북선관위는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직원에 연수휴직을 승인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로스쿨을 졸업하는 등 조직 전반에 기강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