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임박했나” 트럼프·푸틴 밀착에 나토 76년만 최대 위기

3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로젠몬탁(장미 월요일) 축제 퍼레이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움켜쥐는 듯한 모습의 대형 인형이 등장했다. '히틀러-스탈린 조약 2.0' 이란 문구도 적혔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로젠몬탁(장미 월요일) 축제 퍼레이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움켜쥐는 듯한 모습의 대형 인형이 등장했다. '히틀러-스탈린 조약 2.0' 이란 문구도 적혔다. AFP=연합뉴스

나토의 마지막 나날을 보는 것 같아 걱정된다.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사령관이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 말이다. 미 해군 제독 출신으로 2009∼2013년 나토 최고사령관을 지낸 그는 “나의 오랜 군 경력에서 (대서양 동맹이) 이렇게 크게 삐걱거리는 건 본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가 위기론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밀착 행보로 나토의 존재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4년 뒤인 1949년 미국과 캐나다, 유럽 국가들이 모여 만든 집단안보 체제다. 핵심 목표는 러시아의 전신인 옛소련 세력의 확산 저지다. 하지만 나토를 주도해온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76년간 나토가 최대 위협으로 규정한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대(對)러 집단방위라는 나토의 기본 전제 자체가 크게 요동쳐 버리게 된 셈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지난달 28일 워싱턴에서 벌어진 ‘광물협정 노딜’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사건은 이런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구를 ‘당신은 카드가 없다’며 일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편을 들며 나토 동맹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평가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집단방위 조항으로 불리는 나토 조약 5조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노딜 사건 이후 유럽의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유럽연합(EU)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언하면서 “EU는 미국을 뜯어먹으려고 생긴 조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최근 미국이 나토와 유엔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X(옛 트위터) 게시물에 “동의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유럽도 자체 안보 구축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갑작스러운 홀로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나토가 출범 후 76년간 전력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기대왔기 때문이다. WSJ은 “유럽은 현대전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과 장비가 부족하다”며 “미국이 오랫동안 해당 시스템을 통제하길 원했고 이에 유럽에는 관련 역량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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