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AP통신,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 22개국 연합체인 아랍연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이집트가 제안한 가자 재건 계획을 수락했다.

4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열린 아랍연맹 특별정상회의.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채택된 계획안에 따르면 가자 재건엔 5년 동안 530억 달러(약 77조원)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첫 6개월간은 건물 잔해를 치우고 주민들이 머물 임시 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이후 2년간 주택 20만 호를 건설하고, 2년 반 동안 추가로 주택 20만 호와 공항·호텔 등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집트는 인공지능(AI) 기술로 구현한 가자 재건 청사진도 공개했다.
BBC 등에 따르면 재건 자금은 아랍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원조로 마련해 세계은행이 이를 감독하게 할 계획이다. 가자 관리는 재건 기간 아랍 국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맡다가, 향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겨주게 된다.
이와 관련 이번 회의에 참석한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여건이 된다면 대통령과 의회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며 "PA는 팔레스타인 영토의 유일하게 합법적인 통치·군사 주체"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아랍연맹의 계획안을 환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 재건 지원을 위한 아랍 주도의 구상을 환영하고 강력히 지지한다"며 "유엔은 이 노력에 전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부서진 가자의 건물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는 가자 주민들. AFP=연합뉴스
그러나 외신은 이번 계획안이 실행되는 데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고 짚었다. 우선 이스라엘 외무부는 "아랍연맹의 계획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2023년 10월 7일 이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부패와 테러 지원 문제를 가진 PA 등에 계속 의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그간 전후 가자 통치에 하마스는 물론 PA의 참여도 반대해왔으며, 트럼프의 가자 구상을 지지해왔다. 앞서 트럼프는 가자 주민을 주변국으로 이주시키고 가자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아랍 국가들의 의견을 환영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가자를 계속 통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했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전했다.
BBC는 이번 계획안은 하마스의 거취 문제를 정확히 짚지 않고 있으며,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도 하마스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는 쪽과 관련 결정을 팔레스타인에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가자 구상을 포기하고 아랍의 계획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집트가 AI 기술로 구현해 공개한 가자 재건 청사진. 사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또 가자 휴전 연장 협상이 불투명한 점은 아랍 국가들의 가자 재건 동참 동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연장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10일 이내에 교전이 재개될 수 있다는 이스라엘 현지 보도도 나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등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휴전 연장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10일 이내 가자 전투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만료된 휴전 1단계를 42일간 연장하자는 입장이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를 포함한 2단계로 이행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