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전 인천남부초 대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 오건율(4)군이 어머니 박소윤(43)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박종서 기자
건율아 입학 축하해!
5일 오전 인천남부초 대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에서 박소윤(43)씨가 아들 오건율(4)군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이작도 병설유치원에선 단 한 명의 신입생을 위한 입학식이 열렸다. 교문 밖엔 ‘유치원 입학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교실 앞엔 ‘오건율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입학식 시작 10분 전인 오전 10시 20분쯤 오군이 어머니 박씨의 손을 꼭 쥔 채 교문을 들어섰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에 오군은 회색 모자로 귀를 가린 모습이었다. 오군은 선생님과 인천남부교육지원청 관계자 등의 축하를 받으며 입학식이 진행될 ‘바다반’ 교실로 들어섰다. 바다반은 오군이 앞으로 3년간 교육을 받을 공간으로 각종 교구와 책 등이 준비돼 있었다.
이날 입학식엔 같은 학교 선배인 4학년 유모군과 3학년 김모군도 참석해 오군을 축하했다. 유모군은 “입학 축하해! 우리 재밌게 잘 지내자”고 말하며 오군을 꼭 안았다. 이석현 인천남부초 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장은 오군을 위해 준비된 책과 가방 등 선물을 전달했다. 입학식이 끝난 뒤 오군은 “이 방(교실)이 학교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유치원 생활을 잘할 수 있겠냐고 묻자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박씨는 “아이가 커서 유치원 가는 날이 올 줄을 몰랐다”며 “아이는 잘 잤는데 오히려 엄마가 설레서 잠을 못 잤다”고 웃으며 말했다.


5일 오전 인천남부초 대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 입학식. 오군은 입학 선물로 책과 가방 등을 받았다. 박종서 기자
오군의 가족은 지난 2022년 12월쯤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이작도로 이사했다. 대이작도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로 약 1시간 40분이 걸리고, 하루에 배편도 3편에 불과하다. 또한 신선식품을 사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육지에 가야 하고, 보건소를 제외하면 의료시설도 변변치 않다고 한다.
오군이 대이작도에서 유치원 진학을 하게 된 데는 어머니 박씨의 양육철학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박씨는 “도시는 항상 치열하고 복잡한 느낌”이라며 “아이들이 어디든 산과 바다가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섬에서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문제가 끝없이 고민됐다고 한다. 대이작도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없고 3월 기준 초등학생도 2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씨는 대이작도의 환경이 오군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박씨는 “아이가 특별한 섬에 살며 또래 아이들과는 남다른 매력을 갖춰가고 있다”며 “건율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바위 밑에 숨은 게를 잡고 해변에서 모래 놀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남부초 대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은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았지만, 오군이 입학하기로 정해지며 지난해 재개원이 확정됐다. 이후 교구 및 설비 점검과 시설 안전 점검 등 준비를 거쳐 오군을 맞이했다. 유치원이 다시 문을 열기까지 마을 사람들과 교육청 관계자 등의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대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은 지난 2023년 원생이 진학 문제로 섬을 떠나며 1년간 휴원했다.

5일 오전 인천남부초 대이작분교장 병설유치원 입학식을 앞두고 오군 형제와 박씨 등이 앉아있는 모습. 오군은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박종서 기자
이 원장은 “아이가 원하는 결에 맞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건율 어린이를 훌륭한 어른으로 키워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가 무사히 초등학교 졸업까지 할 수 있도록 학교가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또 함께 놀고 공부할 또래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