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예르마크 실장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향한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안보 문제와 우크라이나·미국 간 양자 관계 틀 내에서의 입장 조율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중요한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외교적 사건이 얼마나 빨리 전개되는지 모두가 볼 수 있다”며 “오늘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회의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의 첫 번째 결과가 다음 주에 발표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낸 다음 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와 정보 지원을 전면 중단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X에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의 다시 협상할 뜻을 밝혔다. 광물협정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중요한 서한을 받았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유럽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화해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와 영국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평화안을 며칠 안에 확정하고 이를 미국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나토 탈퇴 우려에…‘핵우산론’ 꺼낸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독립적이지만 독일의 제안에 따라 우리의 핵 억지력이 유럽 동맹국들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전략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지난달 총선 승리 직후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메르츠 대표의 제안을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인 셈이다. 이와 관련, 앞서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5일 “프랑스가 (전술 핵무기를 탑재한) 전투기 몇 대를 독일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벨기에·이탈리아·네덜란드·튀르키예 등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만에 하나 미국이 나토에서 빠져나갈 경우 사라지게 될 '핵우산'을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가 미국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프가 보유한 핵탄두 숫자만 해도 약 400개로, 러시아(1700여 개)에 현격히 못 미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뗀다면 러시아 깊숙이 닿을 수 있는 전략적 핵무기와 유럽 공군이 탑재할 수 있도록 유럽에 배치하는 ‘준 전략적’ 핵무기를 모두 잃을 수 있다”며 “특히 영국의 핵무기는 전투기가 아닌 잠수함에만 탑재되는 (SLBM으로) 발사 시 잠수함 위치를 노출할 수 있어 능력이 제한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