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일아, 너의 루게릭병원 꿈…엄마·누나는 인생이 됐구나

지난달 28일 고(故) 박승일 전 프로농구 코치가 거주하던 경기도 용인시 자택에서 어머니 손복순씨(왼쪽)와 누나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가 고인과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달 28일 고(故) 박승일 전 프로농구 코치가 거주하던 경기도 용인시 자택에서 어머니 손복순씨(왼쪽)와 누나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가 고인과의 추억을 얘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승일이가 루게릭 환자로 산 23년이면 긴 세월인데, 긴지 몰랐어요. 한 번도 내가 아닌 남의 손에 대소변 처리를 맡긴 적 없고, 기저귀도 안 썼어요. 물 한 모금 못 넘기는 아들을 두고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 하나도 내고 싶지 않은데, 방에 누워서 엄마는 제대로 챙겨 먹나 신경을 써요. 너무나 자상한 아들이었어요.”

지난달 28일 고(故) 박승일 전 프로농구 코치가 생전 거주하던 경기도 용인시 자택에서 어머니 손복순(84)씨, 누나 박성자(58)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를 만났다. 2002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박 전 코치는 다른 루게릭 환자를 돕겠다며 휠체어에 앉은 채 루게릭병 가정을 다녔다. 이들을 위한 요양병원을 세우겠다며 방송에 뻣뻣해진 몸을 드러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병원 건립을 위한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해 가수 션과 공동대표를 맡은 것이 2011년이다.

“엄마가 너를 요양병원에 보낼 것도 아닌데 제정신이냐고, 뜬구름 잡는다고 했어요. 친했던 동료 농구선수도 ‘형 몸을 챙겨도 모자랄 판에 무슨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말렸지요.”

온몸이 굳고, 말을 할 수 없게 됐지만 눈동자 속 의지는 결연했다. 몸이 더 상할까봐 반대했던 어머니는 아들의 간절함에 결국 가정주부였던 딸에게 대신 손발이 되어달라 부탁했다. 동생의 꿈은 누나의 인생이 되어 있었다.

아들, 딸의 인생을 바꾼 승일희망요양병원이 오는 31일 개원식을 한다. 박 이사는 “동생의 병상 투혼이 단순한 감동으로만 남지 않고, 그의 꿈이 앞으로 병원에서 실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이사와 일문일답.


입원 대상은.
“다른 곳에 입원이 어려운 루게릭병 등 최중증 근육성 희귀질환자가 우선 대상이다. 24시간 누워 지내며 인공호흡기와 위루관(위에 연결한 관)을 한 환자를 말한다.”
 

일반 요양병원과 다른 점은.
“루게릭병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의료진과 자체 개발한 교재로 교육받은 간병인이 내과 질환에 대한 검사와 치료, 호흡 재활, 물리치료, 응급상황 조치 등의 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근무 체계를 3교대로 하고 간병인 한 명당 환자 수를 2명, 4명으로 정해 서비스 질을 높이려고 한다.”
 

비용은 어떻게 되나.
“입원비는 산정특례(희귀질환자 환자의 급여 진료비, 의약품비 본인부담률을 10%로 줄이는 제도) 지원으로 환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간병비가 가장 큰 숙제다. 장기 입원을 할 경우 사설 간병인을 쓸 수밖에 없어 월 400만~500만원의 간병비를 부담해야 한다. 중증 환자 1200명에 한해 요양병원 입원 시 간병비를 최대 77만원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한 가정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비용이라 재단에서 일부를 지원한다.”
 

언제부터 환자를 받나.
“업무가 중환자실 수준이라 인건비가 운영비의 80%(일반 요양병원 50% 수준)를 차지하는데도 아직 간호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우선은 개원준비자금으로 확보한 돈을 인건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운영비를 위한 모금도 계속돼야 하고,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