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모여 전날(6일) 당정협의회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논의한 데 따른 대책회의를 가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 1년간 국민께서 감당했던 고통과 희생은 무엇을 위한 건가. 성급하고 무리한 정책 추진에 퍼부은 국민 혈세는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1년간 의대 증원 추진으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투입된 세금은 3조3134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복지위 관계자는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시민단체는 허탈함을 드러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동의해 지난 1년 동안 버텨왔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입장을 내고 "지난 1년 동안 증원 정책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치 보고 있던 교육부와 여당이 수많은 환자 목숨을 희생 끝에 이제 와서 정책원점회귀라는 발표는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사이에선 "수조 원 이상 막대한 비용을 들였는데 이 정도면 정부가 '먹튀(먹고 튄 것)' 했다" "정부가 의사에게 또 졌다"는 자조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년간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추진해왔던 보건복지부는 이날 발표가 증원 백지화나 의료개혁 후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3월 말까지 의대생이 복귀하지 않으면 의대 총장 등이 건의한 2026학년도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정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철회되고, 입학 정원은 당연히 5058명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3058명 카드'는 의대생 복귀가 필수 요건이라는 얘기다.

7일 서울시내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교육부 발표 뒤 "교육부가 의대총장협의회 제안을 존중해 발표한 의대교육 지원방안의 취지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추계위)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계위 설치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에 의대생·전공의가 얼마나 호응할지가 변수로 꼽힌다. 한 의대생은 "결국 정부는 또 조건을 건 것이다. 돌아오지 말라고 고사를 지내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의사·의대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정부가 백기 투항한 것처럼 언론플레이하고 있지만 속으면 안 된다" "결국 말장난으로, 증원이 취소된다는 건 아니다"와 같은 글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조건부 수용안이긴해도 이보다 더 나은 방안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의료계에서 나온다. 서울 '빅5'병원 한 사직 전공의는 "대화 모멘텀이 생긴만큼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등) 대표들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대 교수는 "최선은 아니겠지만, 더 나은 대안이 나오긴 어렵다"며 "이젠 돌아오라 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할 명분까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통해 "지금 제시된 내용으로는 의대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의대 증원을 추진한 인사에 대한 문책이 동반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각 대학 총장은 '2026학년도 모집인원 3058명'을 발표함으로써 증원분에 대한 교육이 불가능함을 인정했으면서도 교육부 장관 이주호처럼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2000명 증원된)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자 입으로 '일부러 교육을 더 못 받게 하겠다'고 학생을 협박할 것이라면 교육과 학생을 위한다는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