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인 박수영 의원(가운데)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단식을 중단했다. 박 의원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며 2일부터 닷새간 국회 로텐더홀에서 물과 소금만 먹으며 단식했다. 당 지도부는 “건강이 염려된다. 병원에 강제 이송해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단식을 끝낼 것을 요청했고, 결국 박 의원이 6일 병원에 이송되면서 단식이 중단됐다.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 의원이 단식 투쟁에 나선 건 오랜만에 봤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란 뜻 아니겠나”라고 했다.

2019년 11월 27일 단식 8일차를 맞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천막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을 만나는 모습. 중앙포토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이나 당 주요 인사가 단식을 정치적 카드로 꺼내는 일은 드물었다. 5년 4개월 전인 2019년 11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천막 단식 농성을 한 게 가장 근래의 단식이다. 황 전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3개 항을 요구하며 8일간 단식하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다.
2018년 5월에는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특검을 주장하며 열흘간 단식했고, 실제 그해 5월 21일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뜻을 관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5일차 단식을 진행 중인 가운데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마친 후 이 대표를 찾아와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비교적 근래에 주요 인사들이 단식했다. 이재명 대표는 2023년 8월 31일 ‘민주주의 파괴 중단과 국정 정상화’ 등을 내걸고 24일간 단식했다.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에 탈수 증상 등으로 병원에 이송되고도 5일간 더 단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이틀 만에 단식에 들어간 걸 두고 “방탄용”이라고 비판했고, 단식 장소를 천막에서 대표실로 옮긴 걸 두곤 “출퇴근 단식”이라고 공격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의장을 맡기 전인 2023년 6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내걸고 물과 죽염만 먹으며 15일간 단식했다.
단식은 정치인의 결기를 보여주는 저항 수단으로 통한다. 김영삼(전두환 정부 시절 가택연금 상태서 23일간 단식), 김대중(노태우 정부 시절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요구하며 13일간 단식), 문재인 전 대통령(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10일간 단식) 등 전직 대통령 3인도 단식 투쟁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화나 설득이 아닌 단식으로 예민한 현안을 관철하려는 것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여권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엔 단식하면 상대 진영의 조롱과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득실이 뚜렷하기 때문에 의원들도 과거보다 단식 카드를 잘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