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플레이스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를 설명하고, 태도와 세계관을 녹여내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하죠.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국순당에서 새롭게 선보인 술 복합문화공간 '박봉담' 전경. 사진 국순당
그런데 지난해 낙후된 공장 위로 박봉담이라는 간판 하나가 세워졌습니다. 지역민들의 궁금증도 날이 갈수록 커졌는데요. 지난 2월 초 가오픈(임시 개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입소문만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어요. 박봉담은 전체 대지면적 1만3200㎡(약 4000평) 규모의 술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구소·수제양조장·키친·보틀샵·스마트팜·다목적 문화공간을 갖춘 신개념 공간으로 변신해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전통주는 고지식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과 먹을거리, 술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주효했죠. 박봉담을 찾아가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비결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국순당 화성양조장의 옛모습. 사진 국순당
양조장이 공장 아닌 ‘공원’ 자처한 이유
공간마케팅팀 홍기준 팀장은 공원 같은 공간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기존 양조장은 제품을 만들어 영업이나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하는 ‘생산 시설’의 역할인데, 앞으로의 양조장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옛 양조장의 기둥이 남은 박봉담의 전경. 중앙 정원을 조성해 공원 콘셉트를 살렸다. 이소진 기자

(좌) 옛 창고로 쓰이던 건물은 다목적홀인 '풍류정'으로 재탄생했다. (우) 백세주를 탄생시킨 국순당 연구소는 건물 리노베이션을 거쳐 같은 자리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이소진 기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의 미학

200석 규모를 갖춘 '박봉담키친' 전경. 사진 국순당
생산 공장이 있던 건물은 카페 겸 레스토랑과 스마트팜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면서 기존에 있던 기둥과 보 등 건축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내부는 나무 소재의 계단과 카운터·테이블·의자들을 배치했고요.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견한 자재 인양구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어 천장은 과감하게 노출했습니다. 그렇게 조성된 중앙 정원 덕분에 건물 어디서든 계절감을 느낄 수 있죠.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는 “오래된 양조장이라는 장소 특수성이 중요했다”면서 “시간이 스민 공원만의 역사성과 정취가 있는데, 박봉담 역시 ‘오래된 공원이자 오래될 공원’으로서 시간과 함께 익어가는 공간으로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MZ부터 아재 입맛까지 사로잡은 막걸리 술빵

박봉담키친에서는 막걸리와 발효종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 양조장에서 갓 내린 술을 맛볼 수 있다. 사진 박봉담 SNS
막걸리 효모로 발효시킨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도 인기 메뉴 중 하나인데요, 방문객들은 “막걸리를 내세운 다양한 메뉴들이 매력적”이라는 평입니다. 양조장에서 갓 내린 시음도 좋지만 술을 매개로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테이스팅룸에서는 백세주 및 전통주 시음 프로그램도 열릴 예정이다. 이소진 기자
공간을 지나다니다 보면,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채소를 볼 수 있습니다. 음식에 쓰이는 풀 메뉴는 내부 스마트팜인 ‘팜업’에서 키워요. 약재나 곡물 등 술을 빚는 원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 브랜드가 채소와 같은 농작물로 뻗어나간 시도입니다. 물론 탄소배출 없이 신선한 채소를 바로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스마트팜은 국순당 계열사인 ㈜팜업에서 운영한다. 여기서 생산한 신선 채소는 박봉담키친의 샐러드 재료로 공급된다. 사진 박봉담 SNS
맥주·와인·데킬라까지? 전통주 회사가 딴눈 파는 이유

주조 과정을 볼 수 있는 '박봉담양조장'. 국순당 연구소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다양한 제품을 연구원이 직접 참여해 술을 빚는다. 이소진 기자
현재 국순당의 목표는 1년간 100여 개의 다양한 술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다양하게 적용될 병 라벨 디자인까지 개발해 뒀습니다.

박봉담보틀샵은 프리미엄 전문 보틀샵으로 우리나라 전통주와 세계 유명 와인을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보틀샵 옆에는 옛 양조장에서 쓰던 꼬냑 보관통이 남겨져 있다. 이소진 기자
‘박봉담보틀숍’에서는 전통주 명가로서의 남다른 행보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술도 병행 수입하는 건데요, 세계의 좋은 술을 보고 눈을 키우고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요. 막걸리뿐 아니라 와인과 데킬라까지 다양한 술을 판매하는데, 크랑 크뤼 와인, 컬트 와인을 포함한 세계 명주 중 국순당이 선별한 800여 종의 ‘좋은 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카페 출입구 옆에는 옛 국순당 현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국순당
박봉담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통주 테이스팅이나 양조장 투어, 와인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요.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즐거운 문화생활이 어우러지는 술 복합문화공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