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한쿼터 0점, 실화야? 한국 여자농구 추락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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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는 지난 7일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4쿼터에 단 1득점에 그쳤다. [사진 WKBL]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는 지난 7일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4쿼터에 단 1득점에 그쳤다. [사진 WKBL]

 
부산 BNK는 지난 7일 열린 여자프로농구(WKBL)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홈 팀 용인 삼성생명에 3쿼터까지 49-46으로 앞섰다. 그러나 BNK는 4쿼터 내내 1점만 추가한 반면 20점이나 내주고 50-66 역전패했다. 이이지마 사키가 자유투 2개 중 1개를 넣은 게 4쿼터 유일한 득점이다. 역대 WKBL 플레이오프(PO) 한 쿼터 최소 득점 불명예는 이렇게 탄생했다.

더 굴욕적인 기록도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아산 우리은행은 인천 신한은행을 상대로 1쿼터에 1점도 뽑지 못했다. 28년 WKBL 역사 초유의 ‘한 쿼터 0점’이다. 에이스 김단비가 부상으로 빠졌다지만, 야투 16개가 모두 빗나갔다. 지난 1월 우리은행은 WKBL 역대 최소 득점 승리(43점)를 거뒀다. 명색이 ‘프로’인데 40점대 졸전이 흔하다.

지난해 12월 16일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경기에서는 WKBL 최초로 한 쿼터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이 나왔다. [사진 WKBL]

지난해 12월 16일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경기에서는 WKBL 최초로 한 쿼터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이 나왔다. [사진 WKBL]

 
올 시즌 WKBL에서는 황당한 장면도 속출했다. 지난달 신한은행 김진영은 자유투를 백보드 상단에 맞히곤 본인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난 1월엔 종료 8초를 남기고 1점 차로 뒤진 하나은행이 하릴없이 공을 돌리다 슛도 못 쏘고 졌다. 지난달엔 노마크 레이업을 놓친 연봉 2위(총액 기준 4억2000만원) 신한은행 신지현을 향해 중계 해설진이 “연봉의 반은 반납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WKBL 하이라이트’라는 제목의 황당한 플레이 영상 모음도 올라왔다.

금융권 팀인 WKBL 6개 구단은 모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비 덕분에 부족함 없이 운영된다. 연봉 4억원 이상 3명 등 억대 연봉 선수가 전체 40%인 34명이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흥행 돌풍의 주역 케이틀린 클라크(인디애나 피버)의 연봉이 7만6535달러(1억1100만원)로, WKBL 최고인 김단비 연봉(4억5000만원)의 4분의 1이다.

KB에서 뛰던 스타플레이어 박지수(가운데)는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로 떠났다. [뉴스1]

KB에서 뛰던 스타플레이어 박지수(가운데)는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로 떠났다. [뉴스1]

 
한 WKBL 전직 감독은 “박지수(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와 박지현(스페인 마요르카) 같은 A급 선수는 해외로 나갔고, 국내에 남은 선수는 기량 자체가 떨어진다”며 ’국내 선수의 기량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20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결국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됐고, 지난해 파리올림픽에도 못 나갔다”고 지적했다. 저득점이 만연한 이유와 관련해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 탓에 체력 소비가 많고 슛 성공률이 떨어진다” 등의 분석이 나온다.


더 따져 들어가면 저출생 등에 따른 선수 부족도 리그 하향화에 영향을 미쳤다. 운동하려는 장신 여학생이 없어 팀을 꾸리기 어려운 게 여자농구의 현실이다. 지난해 5월 연맹회장기 전국농구대회 8강전에서 숭의여고는 4쿼터 막판 12점 차로 앞섰다. 그런데 선수 한 명이 다쳤고, 팀원이 5명뿐이어서 남은 시간 동안 4명이 뛰다가 역전패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지난달 지도자상 수상 뒤에 “한국 여자농구의 과거 선배들은 좋은 성적(1984 LA올림픽 은메달)을 거뒀는데, 최근에는 침체했다”며 “선수들이 좀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단비도 “선수들이 예전보다 편한 걸 추구하고 헝그리 정신이 조금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고 팀이 3000개 가까운 일본과 달리, 한국은 19개뿐이다. “고연봉과 선수 정신력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반론을 부정하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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