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 지원끊긴 우크라 난타…미·우크라 11일 회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정보 지원을 중단한 틈을 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난타하고 있다. 러시아 공세가 거세지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25명이 사망했다고 BBC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7일 밤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서만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6명 등 40여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주택과 쇼핑센터가 파괴되고 에너지 시설 등이 공격받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서 주거용 건물이 포격당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구조에 나선 모습.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도브로필리아에서 주거용 건물이 포격당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구조에 나선 모습. EPA=연합뉴스

 
이번 공습은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위성 사진 공유를 끊고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미 지리정보국(NGA)도 행정부 지시에 따라 미국 정부가 구매한 맥사의 위성 사진 조회 사이트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접근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 정보에 의존해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인 뒤, 군사 정보 지원이 중단됐다. 이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취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도브로필리아에서 주거용 건물이 포격된 가운데, 구조에 나선 우크라이나 대원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도브로필리아에서 주거용 건물이 포격된 가운데, 구조에 나선 우크라이나 대원들의 모습. EPA=연합뉴스

 


AFP "러시아, 쿠르스크 3분의 2 탈환"

 
8일 AFP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 3분의 2 이상을 반격을 통해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빅토로프카·니콜라예프카·스타라야 소로치나 등 3개의 마을을 추가로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3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전쟁이 게임일 때, 인간의 생명은 트럼프의 카드가 된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5년 3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전쟁이 게임일 때, 인간의 생명은 트럼프의 카드가 된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점령한 러시아 본토 지역이다. 한 때 우크라이나는 1000㎢에 육박하는 쿠르스크 땅을 점령했지만,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합세해 화력을 집중하면서 통제권을 일부 잃었다. AFP통신은 전쟁이 중요한 고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조치가 러시아의 공세 강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친러시아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지원 중단을 전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누구라도 그 위치에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러시아는 트럼프의 해당 발언 몇 시간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퍼부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밤이 또 하루 지나갔다"며 "누군가 야만인의 요구를 들어주며 달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적었다.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가차 없는 러시아의 미사일은 푸틴이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오는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10일 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할 것"이라며 "11일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 측에서는 건설적인 대화에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다"며 "필요한 결정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 군 사령관 출신인 파블로 팔리사 대통령실 부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참석한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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