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 2단계 협상 재개하나…트럼프 가자 구상에 반발도

이스리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2단계 협상 재개가 임박하는 분위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중재자들의 초청을 수락했으며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10일 도하에 협상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협상단은 대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국장 로넨 바르 대리인 M(익명)이 이끌고, 인질 조정관 갈 허쉬와 외교정책고문 오피르 파크,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 및 이스라엘군의 전문가들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 예루살렘포스트가 전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카타르 수도 도하는 최근 수 주간 미국의 인질 문제 담당 특사인 애덤 볼러와 하마스 협상단이 비밀리에 인질 석방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곳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협상단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보국 국장과 관련 회담을 가진 뒤 휴전 2단계 협상 시작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마스의 압둘 라티프 알-카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인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 아래 2단계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의 하마스 공격 피해 현장. 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의 하마스 공격 피해 현장. 연합뉴스

이날 협상 재개 임박설은 지난 1일 1단계 휴전 만료 이후 양측간 견해차로 인한 협상 교착 상태에서 나왔다. 왈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질 전원 석방과 1단계 연장을 요구한 이스라엘은 지난 2일부터 가자 구호품 반입을 차단하거나 전기와 수도 공급을 차단하고 주민들을 남부로 이동시키는 ‘지옥계획’을 감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하마스는 전원 석방을 포함한 2단계 협상을 촉구하며 인질 억류 강화를 포함한 전시 체제로 맞서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도 지난 7일 이스라엘에 4일 이후에도 구호품 반입을 차단할 경우, 해상 작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중재국인 미국은 인질 전원 석방과 종전을 위한 장기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 하마스 측근들의 회동 다음 날인 11일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도 도하로 향할 예정이라고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휴전 협상 지연, 트럼프 ‘가자 재건’ 발언 탓?

일각에선 지난달 “230만명의 가자 주민을 이집트와 요르단 등으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점령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협상 지연에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단계 협상을 파탄시켜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하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인종 청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인수해 직접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한 해외 정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인수해 직접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한 해외 정상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는 SNS를 통해 “(오히려) 이스라엘에 있던 팔레스타인 가옥을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가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영국 소재 골프장과 호텔 외벽에 빨간 스프레이로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문구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방하는 욕설을 칠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일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일었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과 호텔이 빨간색 스프레이로 칠해져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과 호텔이 빨간색 스프레이로 칠해져있다. AP=연합뉴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도 지난달 공동성명에서 “이주 강제는 평화를 해친다”며 발언에 반대했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과 다른 팔레스타인 주민 잔류를 전제로 한 가자 재건 계획을 이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OIC의 구상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외무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활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고 지지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거부하는 입장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