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S&P·나스닥 일제히 급락

신재민 기자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 하락한 1만7468.33을 기록했다.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다우존스30, S&P500 지수도 각각 2.08%, 2.7%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면서 M7의 시가총액은 7740억 달러(1125조원) 감소했다. 특히 테슬라 주가가 15.4% 급락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의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49포인트 오른 27.86으로 상승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된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이날 한때 7만6600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차준홍 기자
미국발 악재는 한국 등 아시아까지 덮쳤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79(1.28%) 하락한 2547.6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도 4.32(0.6%) 하락한 721.5를 기록했다. 이날 대만 가권(자취안)지수는 1.73%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전 거래일보다 0.64% 하락했다. 미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꼽히는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41% 상승 마감했다.
경기침체 부인 안 한 트럼프

지난 4일(현지시간) 재집권 후 첫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의 경기 비관 전망은 글로벌 투자은행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15%에서 20%로 올리면서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7%로 대폭 하향했다.
미 증시 폭락 이후 미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SNS를 통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은 작다고 봤는데 지금은 50 대 50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완전히 역효과를 내는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장기 국채금리까지 끌어내리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0일 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4.21%로 마감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관세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며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가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 여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기둔화는 몰라도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지표까지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달러 가치도 하락세

차준홍 기자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달러 가격이 상승했던 건 미국 경제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으로 돈이 계속 쏠렸기 때문”이라며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온 데다 반대로 유럽은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 일본은 금리 인상 기대 등 호재가 있다. 통화가치는 상대적인 만큼 달러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조정 여부에 따라 자산시장 흐름은 바뀔 수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상대국을 협박하기 위한 카드로 사용하고 실제 적용하는 세율은 그보다 낮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말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목표인 만큼 실제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