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는 지난 매일 오후 5시 일일 예능을 공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구독자 반응은 뜨겁다. 12일 기준 ‘미친맛집’과 ‘도라이버’는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등과 함께 ‘대한민국 톱10’ 순위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영역 확장하는 넷플릭스
유기환 넷플릭스 논픽션 부문 디렉터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그만큼 다양한 콘텐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 퇴사 후 ‘도라이버’를 연출 중인 박인석 PD는 “‘홍김동전’에서 해왔던 대로 멤버 간의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20분 가량의 짧은 호흡으로 5인 구성의 버라이어티를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라 더욱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7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방영한 KBS2 '홍김동전'은 본방송 시청률은 낮은 반면 웨이브 1위에 오르는 등 높은 온라인 화제성을 보였다. 사진 KBS
‘일일 예능’ 프로그램들은 콘셉트에 충실하고 장르적 재미가 강했던 ‘피지컬 100’, ‘솔로지옥’, ‘데블스 플랜’, ‘좀비버스’, ‘코미디 로얄’ 등 이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이 보여왔던 궤와는 다른 분위기다. 글로벌에 초점을 맞춘, 규모가 큰 시리즈 형태가 아니라 짧고 가볍게 볼 수 있는 ‘한국식 밥친구 예능’으로 접근했다. 유 디렉터는 “서비스 안에서 작품의 길이, 형식, 구성 등의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유연한 시도들로 만들어진 ‘가볍게 볼 수 있는 예능’으로 시청자들에게 매일매일의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넷플릭스의 시도에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방송사가 주도해온 일상적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에 넷플릭스가 진출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면 인기 출연자 선점, 트렌디한 예능 발굴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려갈 수 있다. 고령층 위주, 장수 프로그램을 우선하는 방송사는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대한민국의 2040이 보는 TV와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일일예능 호스트를 구성했다. 사진 넷플릭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가 매주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새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기존 방송사 예능 방식을 차용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방송국은 ‘불편한 OTT’가 되어버렸다. 차별화로 내세웠던 ‘본방사수’라는 개념까지 넷플릭스에게 빼앗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송사는 제작자를 존중하고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등 고질적인 제작 시스템을 바꿔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어 콘텐트 비중 매년 늘어

넷플릭스의 2025년 한국 및 글로벌 콘텐츠 대표작 소개.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2024년 하반기 시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콘텐트는 2023년부터 연속으로 비영어권 콘텐트 중 시청 수(총 시청 시간을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능 중에서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가장 많은 1700만 시청 수를 기록했다.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지난해 LA 쇼케이스에서 “‘흑백요리사’는 온라인상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동남아시아·미국·프랑스·중남미 시청자를 끌어들였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콘텐트는 다양하면서도 매력적이며,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있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벨라 바자리아(Bela Bajaria)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 콘텐트에 강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플랫폼이나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국내 콘텐트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달부턴 SBS와 제휴를 맺으며 ‘밈 제조기’ 프로그램인 ‘웬만하면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2), ‘아내의 유혹’(2009), ‘야인시대’(2003) 등을 확보했다. 코어 팬이 많은 ‘크라임씬’ 또한 올해 넷플릭스에서 ‘크라임씬 제로’(3분기)로 새출발한다. 웨이브 시리즈 ‘약한영웅’의 시즌 2 또한 다음달 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OTT가 콘텐트 소비의 주력 플랫폼이 된 지 오래됐다. 변하지 않는 기성 미디어의 한계는 더 도드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 평론가는 “방송국도 젊은 세대가 관심 있을만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하는데, 그걸 내놓으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층은 점점 방송국 떠나가고 성장동력을 잃는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