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삭발, 천막 농성…野 전방위 장외 투쟁으로 헌재 압박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1/뉴스1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앞 천막 농성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1/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전방위 장외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7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농성 본거지를 국회 로텐더홀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이날 옮겼다. 경복궁역 인근에 당 천막을 치고,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에 집회 무대를 세운 뒤 상임위별로 순번을 정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릴레이 발언을 매일 밤 9시~10시30분에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번주가 매우 중차대한 시기”라며 “내란 세력의 총반격이 시작됐기 때문에 전열을 가다듬고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당 차원의 천막 농성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서울광장 농성 이후 11년만이다. 170석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지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1분 1초라도 빨리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할 때”(중진 의원)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야권에는 법원의 윤 대통령 석방 결정 이후 헌재 탄핵 심판 일정이 지연되거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상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지도 90일이 다 되어 간다. 계엄군의 총칼에 헌정이 짓밟힌 내란의 밤을 똑똑히 지켜본 우리 국민은 하루가 1년 같다”며 “헌재는 내란 세력의 겁박에 굴하지 말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조속히 지정해 달라”고 브리핑했다.

 
단식·삭발 등 농성이 종일 곳곳에서 이어졌다. 야4당이 참여하는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김준혁·민형배·박수현 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농성장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지난 9일부터 인근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파면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진숙(왼쪽부터), 박홍배, 김문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조기파면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배·김문수·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조기 파면촉구 삭발식’을 열었다. 전 의원은 삭발 후 “제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지어 헌법재판관에게 보낸다. 국민의 불안함을 막아준다면 제 몸을 던져서라도 얼마나 절절하게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지 보여드릴 수 있다”며 “시간을 끌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중진 의원들의 집단행동도 잇따랐다. 전날 비공개 의총에선 “저쪽(국민의힘)은 전부 다선들이 움직이는데, 우리 다선 중진 의원들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느냐”는 불만도 표출됐다. 김민석·박범계·서영교·정청래 등 민주당 4선 의원 13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루는 헌법재판소가 변론을 재개할 필요도, 의무도 없다. 결정을 더 미룰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오후에는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선고 기일을 늦추는 것은 대한민국의 혼란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헌재에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서한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5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공동명의로 헌재에 전달할 서한을 작성 중이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인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야당 및 시민단체들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인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야당 및 시민단체들의 천막이 설치돼 있다.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뉴스1

민주당은 당분간 장외 투쟁을 통해 헌재 압박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12일 이재명 대표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총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경복궁역 천막에서 ‘국난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를 개최한다. 4선 의원단 제안으로 의원들이 매일 여의도~광화문 구간을 도보 행진하며 “윤석열 파면” 피켓 시위도 진행하기로 했다.

“원내 제1당이 국회를 비우고 거리로 나가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는 여권의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윤종군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내란 지속보다 거리 정치가 낫다”며 “내란 수괴가 다시 돌아와 탄핵 인용이 되지 않는다면 무법천지, 킬링필드와 같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